“당비 낸다는데도 지지자 가입 봉쇄” 정치신인들 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상향식 공천의 역설]與 ‘당원 경선’에 현역들 갑질

“우려가 현실이 됐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최근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당원 가입 막기 현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기득권층의 자리 지키기는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라는 뜻이었다.

내년 총선에서 경북의 한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A 씨는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 100여 명의 가입원서를 지난해 6·4지방선거 직후 도당 사무처에 접수시켰다. 지역구에 주소지를 둔 지지자를 최대한 많이 모아야 현역 국회의원과의 경선에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A 씨는 6개월 뒤 한 지지자로부터 “통장에서 당비가 한 푼도 안 빠져나갔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제야 A 씨는 지난해 자신이 제출했던 당원 가입원서가 한 건도 처리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 사무실 측에서 입당원서에 적게 돼 있는 추천인 이름에 A 씨를 적은 당원들을 걸러내 가입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A 씨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런 식으로 당원 가입을 막으면 어떻게 현역 의원을 경선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며 “갑(甲)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당원 가입을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 사무실에서 관리하는 일이라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상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면 책임당원이 돼 일반 당원과 달리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아직 여야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 도입에 합의하지 못한 상황이라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해 당내 경선이 벌어지면 여론조사든 경선투표든 책임당원을 누가 더 많이 확보했느냐가 경선 승패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전통적인 여당 ‘텃밭’일수록 현역 의원들의 당원 가입 방해가 만연하고 있지만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의 한 지역구에 출마하려고 준비 중인 B 씨는 자신의 지지자 1000여 명의 입당원서를 6개월 전에 접수시켰다.

하지만 관련 당 사무처는 일일이 입당 희망자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가 되지 않은 이들은 입당을 보류했다. B 씨는 “현역 국회의원이 해당 지역의 당협위원장으로 있으니 경선 상대가 될지 모르는 나를 견제하려고 당원 가입을 막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해당 당 사무처는 “일부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 오류 등에서 생긴 문제”라고 해명했다.

과거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선거철만 되면 무더기로 당원을 끌어 모아 가입시켜 놓고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생기는 소위 ‘유령 당원’ 문제가 골칫거리였다. 통상 입당원서가 시도당에 접수되면 기본적인 심사 절차를 거쳐 특별한 하자가 없을 땐 한 달 정도면 입당 절차가 완료됐다.

앞서 이군현 사무총장은 올해 1월 시무식에서 “아무리 대의명분이 좋아도 그것을 지지하고 힘을 보태주는 세력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많은 책임당원과 당원이 가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협조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총장의 발언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당으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해결책은 김무성 대표가 추진하는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다. 당원 가입 여부와는 별개로 모든 국민이 국회의원 후보자 경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여야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더라도 여전히 정치 신인이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당 사무처 관계자는 “당원을 늘리는 일은 당의 근간을 마련하는 것과 같다”며 “입당원서에 적게 돼 있는 추천인 제도를 없애거나 다른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 기득권층의 갑질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