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선거로 당선무효 속출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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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6곳 조합장 첫 전국동시 선거

농·수협·산림 조합장 1326명을 뽑는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11일 실시됐다. 이번 선거는 사상 처음 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전국 조합에서 동시에 치러져 높은 관심을 모았다. 투표율은 80.2%로 집계돼 2005년 이후 치러진 개별 조합장 선거의 평균 투표율(78.4%)보다 높았다. 그러나 ‘돈 선거’ 광풍은 여전했고 제도상의 허점 때문에 정책선거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불법·탈법 얼룩진 선거


경북 청도군에서는 1월 A 씨(59)가 조합원 4명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540만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인천의 후보자 B 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경로당을 방문해 농협 예산으로 지원되는 유류비를 직접 전달했다가 고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일까지 전국에서 위법행위 746건이 적발됐다. 선관위는 이 가운데 147건을 고발하고 74건을 수사 의뢰 및 이첩, 525건을 경고 조치했다. 특히 기부행위가 전체 위법행위 중 291건에 달해 당선 무효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조합장이 농어촌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조합장은 임기 4년간 최고 1억 원 상당의 연봉과 각종 업무 추진비를 받는다. 또 인사권과 각종 사업의 집행권을 행사한다. 강원 고성군의 한 조합원은 “(조합장 자리를) 탐낼 만하니까 서로 하려고 욕심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갈라진 농어촌 민심을 봉합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 김천시에서는 사전 선거운동과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조합장 후보와 조합원들이 조사를 받고 있다. 같은 동네에 살던 이들이 서로 고발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한 조합원은 “선거는 끝났지만 어제까지 으르렁대던 반대편 조합원의 얼굴을 들녘에서 볼 생각을 하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고검장 출신인 소병철 농협대 석좌교수는 “유권자 수가 조합당 평균 2200명 남짓이어서 후보자들이 돈 선거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정책 실종’ 개선책 필요

이번 선거에서는 토론회나 합동연설회 등이 모두 금지됐다. 또 예비후보 등록도 없고 후보자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었다. 후보가 자신을 알리기도, 유권자들이 후보를 제대로 알 수도 없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현 조합장의 ‘현직 프리미엄’만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인지 전국 1326개 조합 가운데 204개 조합(15.3%)에서 후보자가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다.

충북의 한 단위농협 조합원 양모 씨(56)는 “투표장에 막상 들어서니 누구를 선택할지 몰라 결국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며 “연설회를 한 번이라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호중 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과도한 제약 탓에 조합원들의 알권리까지 침해돼 선거의 취지 자체가 흐려졌다”며 “토론회나 합동연설회 등 정책을 알릴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예비후보자 제도를 도입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검토한 뒤 각계 의견을 수렴해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선자 현황

고성=이인모 imlee@donga.com / 청도=장영훈 / 부산=강성명 기자
#조합장#선거#당선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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