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 방통위, 군기빠진 국방부… ‘우수’ 하나도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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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정부업무평가]‘미흡’ 평가 부처 문제점 살펴보니

정부가 3일 내놓은 정부업무평가 결과를 들여다보면 정책 수립에서 집행에 이르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엿볼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해 외교부 국방부 해양수산부 등 ‘미흡’ 등급을 받은 부처는 모두 △국정과제 평가 △규제 개혁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 등 정부업무평가의 주요 3대 부문에서 단 하나도 ‘우수’ 등급을 받지 못했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 인색했던 정부가 신상필벌 원칙에 입각해 ‘미흡’ 등급의 부처 명단을 공개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주요 국정과제 평가에 있어 상당 부분 자화자찬식 분석을 내놓은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제어하기 힘든 사건·사고와 관련된 부처가 대거 하위 평가를 받다 보니, 정교한 정책 평가가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 ‘일방통행 정책 추진’ 방통위 최하위

이번 정부업무평가 결과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연 방통위에 대한 대목이다. 이번 평가에 ‘국민 체감 만족도’와 ‘대국민 업무 태도’가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정부 내부는 물론이고 국민에게서 낙제점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지난해부터 줄곧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돌격 앞으로’식의 일방통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대표적인 정책이 지상파방송 광고총량제다. 지상파방송 광고의 형식 규제를 없애고 총량만 규제하겠다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에 광고가 몰려 다양성이 훼손되고 미디어 업계의 생태계가 교란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신문, 인터넷 매체, 잡지 등 다른 매체들은 고사 상황에까지 내몰리게 되는 셈이다. 지상파방송사를 제외한 모든 매체는 물론이고 언론 관련 시민단체까지 반발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이를 무시한 채 2월 초 입법예고를 통해 정책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방통위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도 국민의 불만이 큰 대표적인 정책이다. 가계 통신비 절감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마련했지만 시행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가시적 효과는 미미하다. 이철우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실장은 “보조금 제도를 개선하는 등 일부 성과가 있지만 시행 초기에 혼란이 발생해 국민 체감도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이런 지적이 나오지만 정작 방통위는 이번 평가에 대해 엉뚱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 이후 방통위가 크게 위축되면서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 추진 실패의 원인을 조직 개편을 단행한 대통령에게 돌린 것이다.

방통위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정책 수립과 국정과제 이행 부문에서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다. 2013년 국정과제 평가에서 방통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규제 개선 부문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통위는 2013년에 법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 때 반드시 개최해야 하는 규제심사위원회를 단 3회 개최했다. 그나마 세 차례 모두 실제로 회의를 열지 않고 서면으로 대체했다. 10건의 자체 심사 규제에 대해서는 모두 ‘원안 동의’ 결정을 내리는 등 규제를 줄이거나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 주지 않았다.

○ 사고 대처 미흡한 부처 ‘낙제점’

외교부와 국방부, 해수부도 ‘미흡’ 평가를 받았다. 정책 수립 및 추진에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 방통위와 달리 이들 부처는 지난해 잇따라 터진 대형 사건·사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평가에 반영됐다.

외교부의 경우 ‘공공 외교 활성화 및 증진에 관한 법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국회의원 등에 대한 재외 공관의 과도한 지원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조실 관계자는 “객관적 평가지표에 따른 결과지만 부처 스스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과제가 많아 부처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지적 사항을 면밀히 분석해 외교 업무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경우 총기 난사 사건, 군 폭행 사건, 방위사업 비리 등이 연달아 발생한 것이 문제로 지목됐다. 규제 개선 노력이 미진한 점도 지적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의 업무 특성상 국민이 원하는 규제를 푸는 것보다 기존 규제를 지켜야 할 부분이 많다”며 “고도제한처럼 완화하기 어려운 규제가 있는데 계량적으로 평가해 낮은 점수가 나온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우수’ 기관 중에는 보건복지부가 전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는 기초연금 도입, 4대 중증 질환 의료비 부담 경감 등 대통령 공약을 이행한 데 따른 결과라 스스로 잘했다기보다는 ‘시류를 잘 탔다’는 평가가 많다. 비록 2014년 정책으로만 평가했다지만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태 이후 평가인증제도 등 보육제도에 총체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이번 평가의 맹점 중 하나다.

이상훈 january@donga.com·김기용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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