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성호]밥값 못한 국회 ‘낯뜨거운 자화자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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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정기국회 종료]

고성호·정치부
고성호·정치부
9일은 100일간의 정기국회 대장정이 종료된 날이다. 하지만 뭔가를 해냈다는 후련함보다는 씁쓸한 뒷맛이 느껴진다.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여야 정치권의 자평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눈에는 국회가 올해도 제구실을 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회선진화법 덕에 12년 만에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라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고질적인 공전과 파행이라는 구태까지 씻어내지는 못했다. 점수를 준다면 겨우 낙제점을 면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9월 시작된 올해 정기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로 출발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허송세월한 시간이 한 달이나 됐다. ‘국회를 해산하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여론에 등을 떠밀린 국회는 9월 30일 협상을 타결지었고 90개 안건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겨우 면했다.

준비 부실 속에 치러진 10월 국정감사는 ‘맹탕’이었다. 내실 있는 국감과 충실한 예산안 심사 등을 위해 실시하기로 했던 두 차례 분리국감 약속은 정쟁 속에 허언이 됐다. 10월 7일부터 20일간 사상 최대인 672곳의 피감기관을 상대로 치러진 국감은 부실 논란 속에 알맹이 없이 진행돼 따가운 여론의 눈총을 받았다.

그렇게 흘려보낸 100일을 반성하기는커녕 여야는 오히려 자화자찬을 하는 듯한 논평을 내놔 볼썽사나운 뒤태를 남겼다. “준법국회가 됐다”(새누리당) “역사적인 성과를 얻었다”(새정치민주연합)는 것이 9일 여야가 내놓은 정기국회 마무리의 변(辯)이었다.

약속이나 한 듯 2015년도 예산안 법정기한 내 처리를 자찬했지만 국민이 보는 눈높이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2일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던 예산안 처리를 큰 업적이라도 되는 양 떠드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 주체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인 끝에 예산안 심사가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여야가 이날 ‘벼락치기’로 138개 안건을 처리했지만 여전히 미처리 안건이 수두룩하다. 북한인권법, 김영란법 등 핵심 쟁점법안 처리는 12월 임시국회로 미뤘고,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안건이 무려 8700여 건이나 된다. ‘한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이 국회가 마주한 현실이다.

12월 임시국회가 진짜 민생국회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고성호·정치부 sungho@donga.com
#정기국회#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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