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경석]北 녹색 인프라는 통일세대에게 물려줄 자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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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은 북한 땅을 푸르게]

박경석 임업연구사
박경석 임업연구사
영국의 위기관리 전문기업인 ‘메이플크로프트’는 2011년 11월 24일 발표한 ‘세계 산림 황폐화 지수’에서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북한이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에 이어 3번째로 산림 황폐 정도가 높다고 밝혔다. 독일 연구기관인 ‘저먼워치’가 발표한 2012년판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대규모 산림 황폐로 인한 홍수, 가뭄 피해 등 기후변화 취약성이 세계 9위였다. 벨기에 루뱅대의 재난역학연구소는 “2012년 여름 홍수 피해를 본 북한 주민이 전체 인구의 약 13%로 세계에서 10번째로 인구 대비 피해 규모가 큰 나라”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을 극단적인 산림훼손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은 1999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면서 직접 눈으로 북녘의 헐벗은 산을 목격했다. 과거 한국의 1960, 70년대 민둥산을 보는 듯해 동병상련의 심정도 느꼈다. 그래서 북한의 황폐한 산림을 하루빨리 녹화해 북녘 주민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한반도 생태계 복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형성돼 왔다. 민간단체가 2009년까지 양묘장 현대화사업, 산림병해충 방제약제 지원을 실시했고 100ha 규모의 시범조림지가 제공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나 북녘의 조림사업은 시작 단계에서 중단됐다.

지금 북한 당국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로 매년 14만∼17만 ha씩 조림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자체 노력만으로 이를 달성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북한 주민들이 식량과 에너지 부족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상태에서 땔감 채취와 다락밭(소토지)에서의 식량 조달을 포기하고 나무 심기에 적극 참여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북한 산림녹화는 통일세대에게 물려줄 통일 자산인 녹색인프라 구축에 투자하는 사업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투자비용은 줄어든다. 다행히 박근혜 정부에서 ‘그린데탕트’를 통한 환경공동체 건설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지금이야말로 남북 간에 북한 나무 심기를 통해 그린데탕트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이다. 국민들이 앞장서서 헐벗은 북녘땅에 내 나무를 한 그루씩 심는 운동을 전개하자. 정부가 통일 준비를 하는 것을 나 몰라라 하지 말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직접 통일 준비에 참여하여 작은 힘을 보태는 것이다. 남한 국민들이 성금으로 마련한 내 나무 한 그루가 헐벗은 북한 땅을 푸르른 희망의 숲으로 바꾸는 힘(Green Power)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통일대박론을 남북 주민이 공감하고 함께 나누는 길이다.

박경석 임업연구사(국립산림과학원 산림경제경영과·농학박사)
#북한#산림#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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