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나선은 숙청중…김정은 “뿌리에 묻은 흙까지 털어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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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 100명 보내…“장성택 애인 체포”

북한 당국이 새해 벽두부터 ‘북한 특구 1번지’인 나선특별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검열단을 파견해 지난해 12월 처형된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관련자 숙청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소식통은 “김정은의 생일인 8일 나선시에 중앙에서 특별조사단 100여 명이 도착했다”며 “당원들에게 ‘나선은 뿌리뿐만 아니라 뿌리에 묻은 흙까지 털어내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받고 내려왔다고 공지됐다”고 13일 전했다. ‘뿌리에 묻은 흙’은 장성택과 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까지 숙청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나선에 특별조사단 100여 명이 파견된 것은 처음이어서 도시 전체가 숨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춘화 나선국제여행사 사장은 ‘장성택의 애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50세 전후의 김 사장은 젊은 시절 평양에서 근무하다 내려온 상당한 미모의 여성으로 지금까지 미혼인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무역회사가 몰려 있는 나선시는 장성택과 각별한 인연이 있어 앞으로 많은 사람이 검열단의 숙청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성택은 처형되기 한 달 전에도 나선시를 찾아 “나선은 완전히 썩어빠진 자본주의의 온상이 돼 버렸으니 봉쇄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이는 그가 신변에 닥쳐온 위험을 감지하고 내린 지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은 중국계 자본이 운영하는 북한 유일의 카지노장이 있는 나선을 자주 방문해 카지노를 즐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공개한 장성택 처형 판결문에도 “2009년 한 해만도 460여만 유로(약 66억 원)를 탕진하고 외국 도박장 출입까지 했다” “나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적시돼 있다. 이번 검열에서 카지노에 근무하고 있거나 중국과의 토지 임차 협상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장성택과 동조했다는 혐의로 우선 조사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장성택#북한#김정은#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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