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 핵위협 커지는데 南 전력증강은 미흡” 공감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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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권 전환, 북핵과 연계’ 배경

한미 양국 간 핵심 안보 이슈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 문제가 새로운 흐름을 맞게 됐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북한의 핵 위협 수준과 사실상 연계하는 탄력적인 논의의 틀을 갖춘 것이다.

한미의 전작권 전환 논의에 ‘북한 변수’를 분명하게 포함시킨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자칫 북한의 오판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북측에 ‘전작권 전환 문제는 북핵 문제 해결과 직결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노린 셈이다.

○ 韓 “북핵 위협 부담, 전력 증강도 부족”

2월 3차 핵실험 이후 북핵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한미연합사 해체→대북 억제력 약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튼튼한 안보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박근혜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초 북한이 보여줬던 많은 상황이나 안보에 관련된 위험 요소들을 감안해 전작권 문제를 논의하자고 국방부가 미국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미니 연합사를 존속시키는 것만으로 기존에 한미연합사가 해왔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할 것이란 군 안팎의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억제력은 기본적으로 심리적 요인이 큰데, 전작권 전환으로 연합사가 해체되면 ‘미국 핵우산’도 그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10년 6월 26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으로 전작권 환수시기를 3년 8개월가량 늦췄음에도 여전히 한국군의 전력 증강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도 재검토론이 나온 배경 중 하나다. 군 내부에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 구축 등 한국군의 전력 증강 사업이 일정 수준 이상 완료되고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작전계획이 완벽하게 갖춰지려면 2015년 12월은 너무 촉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군 관계자는 “방위력개선비에서 2006년 이후 신규 전력을 위한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 수준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 美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는 미 국익과 직결돼”

오바마 행정부의 안보 당국자들은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3대 세습체제 공고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불안정성 때문에 북한의 급변사태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정거리 1만 km로 추정되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험과 올해 2월 3차 핵실험 성공은 북한 지역 내 WMD 제거가 미국의 사활적 이익과 깊이 연계됐음을 드러냈다. 미국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미군이 주도적으로 북한 지역 내 WMD를 확보하거나 제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도 상당 기간 한반도 전작권을 보유할 필요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에서의 ‘확장억제정책’ 확대와 전작권 전환 연기의 필요성은 연방정부 재정적자 축소 움직임 속에서 국방비 삭감을 늦추거나 줄이기 위한 유용한 명분이 되기도 한다. 미국 측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도 ‘북한의 위협’을 한국 측 비용 부담 증가의 근거로 제시하는 등 미군의 경제적 이해관계 확보에 북한 요인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 전작권 논의 결과는 10월 한미안보협의회에서 구체화될 듯

전작권 전환에 관한 새로운 로드맵은 10월 서울에서 열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와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일각에선 전작권 전환 연기 논의가 조기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국은 한국 내 여론 동향 등을 살피며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작권 전환의 재연기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에선 이전과 마찬가지로 극렬한 찬반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안규백 의원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문제와 차세대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3차 FX 사업 기종 선정 문제로 한미 관계가 미묘한 시점에 나온 발언이어서 정치적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거론되지 않아도 될 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를 미국 측이 먼저 꺼낸 것은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를 압박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조숭호 기자 scud2007@donga.com
#한미#북핵#전시작전통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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