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만수 공정위원장 후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처벌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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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그룹)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내부거래를 규정할 구체적인 기준이 만들어지고 처벌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대기업 총수들의 전횡을 막을 수 있도록 소액주주들이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55)는 14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부당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이 계열사 수요를 독점한다는 점에서 ‘모놉소니(Monopsony·수요독점)’ 행위”라며 “모호한 공정거래법의 부당내부거래 기준을 명확하게 수치로 정해 일감 몰아주기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법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할 때 시장가격보다 30% 이상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면 부당내부거래로 본다”며 “부당내부거래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감안할 때 상법처럼 명확한 기준을 두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특수 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부당내부거래로 처벌하고 있지만 ‘현저히 유리한 조건’을 판단할 구체적 근거가 없어 처벌이 쉽지 않았다. 공정거래법 기준을 상법처럼 ‘시가보다 30% 이상 높거나 낮은 거래’ 등으로 정하면 처벌 횟수나 과징금 규모 등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최근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를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형사처벌로 이어질 개연성도 커진다.

한 후보자는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서는 “증여세 부과는 증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위헌 소송의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한 후보자는 또 “과징금 제도 정비,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 탈취 보호, 소액주주 보호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는 의결권 제한 등으로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현재 대기업 불공정행위에 부과된 과징금 감면제도 축소 등을 추진하고 있다.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전자투표제 활성화와 중립투표제 폐지를 꼽았다. 전자투표제는 주주총회에 참여하기 어려운 소액주주들이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한 제도로 지금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도입한 기업이 많지 않다. 그는 “미국과 일본은 전자투표제 이용률이 50∼60%에 이른다”며 “이용률이 낮은 원인을 살펴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또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는 소액주주 의결권을 최대 주주가 행사하도록 하던 기존의 중립투표제(Shadow voting)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2010년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정부개혁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하며 경제민주화 정책의 입안 과정부터 깊이 관여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한 후보자는 1984∼2007년 김앤장, 율촌 등 대형 로펌에서 조세(租稅) 분야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기업구조조정 과세 제도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는 한양대를 거쳐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맡아 왔다.

한 후보자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로펌에 간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전두환 정권이 싫어서”라며 “(판사, 검사가 돼) ‘독재정권’ 밑에 들어가느니 로펌에서 일해보자 해서 들어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 로펌 출신이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원장 후보가 된 것은 공정위 설립 이후 처음이어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경남 진주(55) △경북대사대부고 △서울대 법학과, 대학원 법학박사 △사법시험 22회 △한양대 법대 교수 △이화여대 법학연구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문병기 기자·세종=유성열 기자 weappon@donga.com
#공정위원장#한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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