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후]北도발에 상응 조치→중대조치→추가 중대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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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경고수위 단계적으로 높여
“北 살라미 전술에 맞대응” 분석도… 군사적 조치 채택 가능성은 낮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8일(현지 시간 7일)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 2094호는 북한이 추가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추가적인 중대조치(further significant measure)’를 취하겠다고 명시했다. 이 결의에 반발하며 연일 위협 수위를 높이는 북한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른바 ‘트리거 조항’으로 불리는 이 표현은 지난해 4월 안보리 의장성명에서는 ‘상응하는 조치’였다가 올해 1월 결의에는 ‘중대조치’로, 이번에는 ‘추가 중대조치’로 강도가 세졌다. 조치의 영문 표현도 기존의 ‘action’에서 더 구체적인 ‘measure’로 바뀌었다.

유엔 안보리가 이렇게 표현 수위를 높여가며 결의의 강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북한의 대표적 협상술인 ‘살라미 전술’과 비슷하다.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 ‘살라미’에서 따온 이 전술은 한 번에 목표를 관철시키는 게 아니라 세분해서 쟁점화하는 방식을 말한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가랑비에 옷 젖듯 안보리 제재가 조금씩 강해지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정전협정 파기’ ‘핵 불바다’ 같은 강한 표현으로 위협 강도를 키우고 있지만 실제 꺼낼 카드는 고갈돼 가는 반면 안보리는 계속 추가 결의를 내놓으며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김숙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이번 결의가 북한 핵개발을 중단하도록 할 수는 없겠지만 지연시킬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상대로 5번째인 이번 제재 결의는 유엔 안보리의 모든 제재 중에서 대(對)이란 제재 결의와 함께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가 될 것이라고 김 대사는 강조했다.

그러나 석유 수출 등 해외무역이 활발한 이란과 달리 고립경제인 북한에 대한 비군사적 제재에는 여전히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번 결의가 언급한 ‘추가적인 중대조치’도 군사적 행동 같은 특단의 대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한 최대 원조국인 중국이 결의 이행에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여전히 제재의 구멍이 뚫릴 여지가 많다. 결의 2094호는 의무 규정을 이행하지 않은 기업 등을 대북제재위원회를 통해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결의 내용을 지키지 않은 회원국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이 초기에는 요구되는 기본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조치가 북한에 대한 압박효과가 생길 만큼 충분히 지속되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 전직 안보 관료는 “당초 한국과 미국이 내놨던 초안은 훨씬 강하고 구속력 있는 내용이 많았으나 중국 러시아 등과의 논의 과정에서 후퇴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 정도의 제재로는 북한이 꿈쩍하지 않고 추가 도발을 획책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대북 제재의 이런 한계와 빈틈을 메울 대표적 보완 조치로 주요국의 대북 양자 제재를 꼽을 수 있다. 미국 일본 등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 이행과 북한의 반발 수위 등을 지켜보며 그동안 준비해 왔던 독자적인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달러 같은 경화(hard currency)에 대한 북한의 접근을 차단하고 금융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예고한 상태다.

이정은 기자·뉴욕=박현진 특파원 lightee@donga.com
#유엔#안보리#북한#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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