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안보이는 ‘식물정부’… 靑수석 중심 국정 비상체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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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조직법 표류 장기화 조짐… 靑, 대책마련 동분서주

‘식물정부’라는 지적 속에 청와대가 6일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표류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한 조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를 경북 구미 염소 유출 사고 현장으로 보냈다. 대치 정국과 무관하게 각 부처는 민생을 빈틈없이 챙기라는 주문인 것이다. 정부조직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대국민 메시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관 없는 정부’가 각종 긴급 현안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비상시국 선포한 청와대

청와대는 이날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당분간 매일 오전 전체 수석이 참석하는 일일상황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총리실에서 취합한 각 부처 현안을 허 비서실장에게 보고하게 된다. 각 부처 기획조정실장으로 구성된 ‘국정과제 전략협의회’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장차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만큼 기조실장을 중심으로 국정 공백을 메워 나가겠다는 의미다.

국민 안전을 여러 차례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은 이날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구미 사고 현장과 전남 진도 어선 전복 사고 현장을 직접 가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여서 국민 안전과 관련된 행정이 소홀해질 수 있는 만큼 유 후보자가 다른 부처 장관 몫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유 후보자는 이날 구미 사고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7일에는 진도 사고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5일 이정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주재로 14개 안전 부처 관계자들이 회의를 연 데 이어 이날에는 김동연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관계 차관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전국의 모든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일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유독물 영업 허가제 도입 △위반업체 삼진아웃제 도입 △유해물질 정보 주민에게 사전 고지 등을 1단계 안전대책으로 내놓았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서민생활 침해 사범을 근절하기 위해 대검찰청 형사부를 중심으로 6월 말까지 집중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단속 대상은 불법 사금융과 채권추심 행위, 다단계판매, 금융 사기, 서민형 갈취 사범 등이다.

○ 반쪽 정부로 얼마나 버틸까

청와대와 정부가 민생 관련 회의를 잇달아 열어 관련 대책을 쏟아 낸 것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 사보타주를 하고 있다”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을 일축하는 동시에 국정 공백의 책임이 정치권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국가안보실장이 수석비서관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북한의 안보 위협에) 한 치의 공백도 없이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이런 비상 정국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장관 임명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후 일괄적으로 할지, 아니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장관들을 우선적으로 할지 정하지 못한 상태다. 국가 주요 정책을 최종 심의, 의결하는 국무회의가 언제쯤 열릴지도 확답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 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에나 국무회의를 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 간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다음 주에도 진척이 없다면 박 대통령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시점에 전 정부의 조직 체계로 장관을 임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13일 열린다. 지금까지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9명이 국회 상임위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회의를 포함해 아무런 공식 일정이 없었다. 당내에선 “박근혜 정부의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당 지도부가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의 공식적인 대국민 메시지 전달 창구인 회의체를 어떤 식으로든 가동해 여당이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재명·이승헌 기자 egija@donga.com
#청와대#비상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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