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떼내고 ‘교섭’ 남기면… 시너지효과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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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위 방침에 외교부-지경부 관할권 논쟁 가열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 이관되더라도 외국과의 교섭은 지금처럼 외교부가 계속 맡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하지만 지경부가 “통상의 모든 분야를 한 기관에 모아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고, 외교부와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는 개편안 자체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등 통상업무 관할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핵심 관계자는 17일 “상식적으로 볼 때 외국과 교섭하는 건 외교부의 몫”이라며 교섭업무는 지금처럼 계속 외교부에 맡길 뜻을 시사했다.

1998년 외교부 안에 설치된 통상교섭본부는 통상에 관한 정책수립 및 통상교섭 업무를 맡고 있다. 인수위는 현재의 통상교섭본부를 통째로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기지 않고 ‘외교 영역’으로 볼 수 있는 교섭기능을 그대로 외교부에 남겨둘 계획이다.

이 같은 업무분장은 1994년 통상산업부가 출범했을 때와 유사하다. 당시에도 통상정책 전반의 업무는 통산부가 맡았지만, 협상대표 임명권 등 대외교섭권은 외무부(현 외교부) 몫이었다. 통상협상은 ‘외교’의 영역인 만큼 외교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와의 협상, 한미 자동차협상 등에서 통산부와 외무부가 협상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통상협상 때마다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으면서 대외 통상전략이 약화돼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커지자 김대중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합쳤다.

외교부는 ‘대외교섭 대표선수’라는 고유역할을 타 부처에 넘긴 사례가 없다며 통상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되더라도 그 폭을 최소화시킬 전략을 짜고 있다. 외교부는 17일 정부 조직개편에 대비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안호영 1차관이 이날 인수위를 방문해 통상교섭 능력의 약화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외교부의 견해를 전달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도 18일 해외순방 일정을 앞당겨 조기 귀국해 긴급 대책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국회 외교통상위도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통상기능 이관에 대한 토론을 다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통상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점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것도 아닌 만큼 오늘부터 (정치권을) 설득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충분히 공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인수위가 전문성 강화를 위해 통상기능을 넘기겠다고 결정한 만큼 정책수립 업무뿐 아니라 교섭권까지 함께 이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 통산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건 통상업무를 맡기면서도 그에 따른 ‘권한’을 제대로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 산업과 통상, 자원정책 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교섭권이 필수라는 것이다.

지경부 고위 당국자는 “교섭권을 외교부에 그대로 둘 경우 과거 통산부 실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통상의 전문성을 높이고 통상교섭과 교섭 이후 국내대책까지 종합적으로 수행하라는 게 인수위의 뜻인 만큼 교섭권과 정책수립 업무를 따로 떼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상훈·이정은 기자 january@donga.com
#인수위#외교부#지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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