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대선 D-14]安 “어떻게 文 도울지 아직 못정해”… 국민연대 불참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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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과 이념차이 있다는 安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사무실에서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자리를 빠져나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사무실에서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자리를 빠져나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4일 캠프 국민소통자문단 위원들과의 오찬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이념적 차이를 느꼈다”고 털어놓은 것은 그가 3일 캠프 해단식에서 문 후보에 대한 성원을 원론적 수준에서 지지자들에게 부탁한 뒤 아직까지 문 후보 지원 방식을 내놓지 않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념이 다른 후보를 선뜻 지원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가 오찬에서 문 후보 지원 방법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는 한 참석자의 전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 ‘셋째’는 고민 중

안 전 후보는 유민영 대변인이 3일 브리핑에서 자신의 해단식 발언에 대해 부연 설명한 3가지 가운데 “첫째(백의종군해 정권교체에 기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와 둘째(지지자들에게 문 후보 지지해 달라는 분명한 메시지라는 점)는 내 생각 그대로”라면서도 “셋째(앞으로 어떻게 도울 것인지 조만간 결정할 것)는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안 전 후보는 4일 오찬 뒤 서울 종로구 공평동의 캠프사무실을 찾아 박선숙 전 공동선대본부장이 주도한 회의에 참석해 30여 분간 머물렀지만 문 후보 지원방식에 대해선 전혀 말이 없었다고 한다. 이날 오전만 해도 캠프 내에선 “오늘 중 지원방식이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 터였다.

방송 찬조연설과 문 후보의 유세 동참 등 지원 방식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유 대변인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지원 방침이 결정되면 지원 일정과 방식이 나올 것이나 차후 문제다. 안 전 후보의 민주당 선거연설원 등록은 여러 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정도였다.

결국 안 전 후보의 후보직 사퇴 역시 문 후보와의 좁힐 수 없는 이념적 차이에 대한 실망에도 불구하고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약속 때문에 선택한 고육지책이었지, 문 후보에게 단일후보를 양보한 게 아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원 방식의 수위를 두고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안 전 후보가 사퇴 회견 직전 “대통령 후보로서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 말한 것도 문 후보와의 이념적 간극을 덮어둔 채 단일화하려는 유혹을 뿌리쳤다는 뜻으로 보인다.

다만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원 의사를 밝힌 만큼 약속은 지킬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도 ‘조만간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 대통합연대 논의한 적 없다

안 전 후보의 지원이 절실한 문 후보 측은 이날 안 전 후보 측에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울산 등 ‘광역도시 집중유세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캠프는 안 전 후보의 고향이자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부산에서의 공동 유세를 기대하고 있다. 또 문 후보 측은 6일까지 정당, 학계, 시민사회, 문화예술계를 망라한 ‘대통합 국민연대’를 결성하겠다고 했다. 안 전 후보 측과의 국민연대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안 전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대통합연대에 대해 논의한 적도 없고 협의하에 진행된 것도 아니다. 공동선대본부를 꾸리는 것도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문 후보를 만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 전략적 미스가 있었다

이날 안 전 후보는 소통자문단 오찬에서 “9, 10월 초에 ‘전략적 미스’가 있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무엇이 전략적 미스였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자신만이 내걸 수 있는 ‘안철수표 집권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해 11월 단일화 국면에서 수세에 몰렸던 걸 가리킨 것이란 해석이 많다.

합리적 보수와 중도, 온건 진보를 아우르며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사회통합을 이뤄달라는 게 애초 ‘안철수 현상’을 일으킨 원동력이었음에도 단일화 프레임에 빨려 들어가면서 지지자들이 이탈했음을 깨달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전 후보는 오찬에서 “새 정치를 하기 위해 뭐가 미스였고 왜 실패했는지 반성하고 혹독한 자기 단련을 통해 역량을 길러가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또 “왜 실패했는지 정리해 보면 원인이 10가지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다른 참석자가 전했다. “내 신조는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 점도 주목된다. 향후 정치 행보에서 민주당과의 연대보다 합리적 중도와 온건 진보 성향의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는 캠프 운영과 관련해서도 “전체적으로 소통이 잘 안 되고 캠프 내의 결정권이 지나치게 일부에 집중된 부분을 캠프 운영 한 달이 지나서야 파악했다. 단일화가 된 뒤 고치려 했는데 기회가 없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참석자는 “사람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조직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공동선대본부장들에게 권한이 집중되면서 캠프 안팎의 다양한 얘기가 오가지 못한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윤완준·이남희 기자 zeitung@donga.com
#안철수#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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