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대선 D-16]朴-文 캠프 맞수 열전 ④ 후보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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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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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율 비상때 朴이 부른 ‘복심중 복심’ 새누리 이정현 공보단장 ▼

2004년부터 박근혜 대선후보의 공보 업무를 전담한 지 9년째다. 올해 1월 지역구에 내려가 4·11총선에서 낙선하고 오랜만에 여유를 갖고 있던 9월 그는 박 후보의 전화를 받았다. 인민혁명당 발언 논란, 계속되는 측근 비리 연루 의혹에 이은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 건으로 지지율에 비상이 걸리자 박 후보가 그를 다시 부른 것. 이정현 공보단장(사진) 얘기다.

이 단장은 박 후보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박 후보가 단장을 맡길 때 어떤 주문도 하지 않았지만 오래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96년부터 주로 공보를 전담해온 그에겐 기자를 상대하는 3가지 원칙이 있다. 거짓말은 하지 않으며, 어떤 매체 기자든 반드시 ‘콜백’을 하고, 아무리 나이가 어린 기자에게도 자연인이 아닌 언론인이기 때문에 ‘기자님’이라고 높여 부른다는 것이다.

그는 다혈질이다. 목소리가 커지고 쉽게 흥분한다. 상대를 공격하는 수위도 센 편이다. 그래서 캠프 내에선 “불안불안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단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나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웃었다. 그는 “공보단장으로 임명된 직후엔 지지자들의 사기가 워낙 떨어져 있을 때라 하루에 방송을 7번씩 하며 더 흥분하면서 홍보를 했다”면서 “지금은 정상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언론에 거의 출연하지 않고 부드러운 분들을 내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인사들의 비리 의혹과 말실수가 이어졌을 때 이를 보고하면 박 후보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아유, 왜들 그러신데요’라고 말하는 게 전부”라며 “속마음을 팍 쏟아낼 만도 한데 속으로 삭이는 후보를 보면 안쓰럽다”고 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실시간 브리핑 강점… ‘직업이 대변인’ 민주 우상호 공보단장 ▼

“불쌍한 병아리를 여기에 왜 갖다 붙이세요?”

지난달 7일 한 라디오 토론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이 “병아리를 부화시킬 때도 21일이 걸린다”며 단일화 과정을 야합이라고 몰아붙이자 우상호 민주통합당 공보단장(사진)이 반박하며 한 말이다.

선거는 말로 싸우는 전쟁터다.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더욱 날선 말들이 오간다. 순발력과 판단력은 필수다. 여기에 유머와 위트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우 공보단장은 그런 면에서 검증받은 ‘입’이다. 2007년 대선을 비롯해 대변인 역할만 8번째. ‘직업이 대변인’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특히 ‘백(Back)브리핑의 절대강자’로 통한다. 비공식적으로 상황을 깊이 있게 설명하는 백브리핑에선 의외의 문답이 오가기 때문에 현안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우 단장은 대변인 8명과 부대변인 18명을 지휘하고 있다. 매일 쏟아내는 20건 안팎의 논평과 수시로 발생하는 선거 현안에 대한 브리핑의 기조를 잡고 상대 캠프에 대한 공격 수위를 정한다. 정무적 판단이 중요한 이유다. 문재인 후보도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 반드시 그를 배석시킨다.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27일 문 후보의 선거전략 메시지가 ‘박 후보는 유신의 딸’로 초점이 맞춰졌지만, 그는 28일 아침 대변인단을 소집한 뒤 분 단위 간격으로 브리핑을 열어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외치게 했다. 유세 일정으로 바쁜 후보와는 직접 상의할 틈도 없었다. 그 대신 전날 저녁 노영민 후보비서실장에게 “유세 현장 반응을 보면 ‘정권 교체’가 더 효과적”이라고 메시지를 바꿔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문 후보의 메시지는 ‘정권 심판’으로 바뀌었다. 우 단장에 대한 문 후보의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박근혜#문재인#이정현#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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