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민심 르포]충청 “朴, 세종시 지킨 건 알지만 文-安에도 새 임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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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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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완성의 일등공신’이라는 평가와 함께 충청권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가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추석 명절 전후로 주춤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모든 충청권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였던 박 후보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충청 민심은 ‘대선의 바로미터’여서 새누리당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일 동아일보 충청권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은 9월 조사에 비해 14%포인트나 빠졌다. 양자 대결에서도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에게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 더이상 충청을 우세 지역으로 분류할 수 없게 됐다.

박 후보의 고전은 ‘세종시 약발’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행정학과)는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세종시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회의원과 시장을 야당에 빼앗기면서 세종시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다”며 “충청 유권자들이 세종시와 박 후보를 연결해 생각하는 정서도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선거캠프에 충청권 인사가 많지 않다는 점도 충청권 주민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정 세력에 힘을 몰아주지 않는 충청권 특유의 정서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충북 청주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강모 씨(53)는 “충청도 국회의원이 전부 새누리당 사람인데 대권까지 잡으면 홀대받아온 충청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느냐”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세종시를 지키는 데 박 후보를 활용했으니 이제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임무를 줘야 한다”는 정서도 있다. 대전지역 언론 관계자는 “16대 선거 때 노무현 후보가 세종시 공약으로 충청권의 민심을 사로잡았듯이 이번에도 획기적인 새 공약을 내놓는 후보에게 충청 민심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년층에서는 여전히 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지만 젊은층에서는 야권 후보의 인기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대학가에는 안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상승세다. 최모 씨(24·충남대)는 “문제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를 확실하게 바꾸려면 진정성이 있는 안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박 후보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의 고향(옥천)이 있는 충북은 상대적으로 박 후보 지지율의 하락세가 두드러지지 않은 편이다. 청주KBS가 추석 직전인 지난달 26, 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38.5%로 안 후보(22.3%), 문 후보(15.5%)를 여전히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양재갑 씨(54·자영업·영동군 영동읍)는 “충북은 ‘육영수 향수’가 남아 있다”며 “박 후보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국정수행능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해 지지한다”고 말했다.

영남과 호남에서 이른바 지역색을 앞세워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충청 민심이 막판에 박 후보 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태석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충청권은 유권자들이 투표 전날까지 ‘패를 쪼는’ 경향이 강한 곳”이라며 “지역 관련 공약과 야권후보 단일화 여부 등을 지켜본 뒤 투표장에 가서야 표심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대선민심#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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