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진군이다, 南으로” 도넘은 선동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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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하룻밤 자면 서울 점령” 격문 실어
김정은, 한미훈련 빌미로 軍기강 다잡는 듯

“진군하라. 남으로, 남으로”라며 선동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신문 27일자 1면 머리기사.
“진군하라. 남으로, 남으로”라며 선동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신문 27일자 1면 머리기사.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27일 ‘최고사령부 종군기자들’이라고 밝힌 필자 2명의 기고문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최후의 결전에서 우린 승리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은 “아직 남녘 땅을 밟아 보지 못한 청춘들이여, 총대를 틀어잡으라. 진군이다. 낙동강을 피로 적신 노병들의 당부를 안고 남으로, 남으로…”라며 격렬한 선동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하룻밤 자고 나면 서울이 점령된 소식, 두 밤 자고 나면 제주도에 공화국 깃발이 꽂혔다는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며 “이제 세계가 보게 될 통일대전의 총화(마무리)는 남해의 물에 더운 땀을 식힌 우리 병사들의 열병식뿐”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을 빌미로 한 북한의 대남 도발 위협이 강도 높게 이어지고 있다. 앞서 김정은은 25일 공개 연설에서 “전면전 반공격전 이행명령을 전군에 하달했다”고 위협했다. 인민군 판문점대표부는 21일 “더이상 정전협정에 구애받지 않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행동은 무자비한 물리적 행사로 이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북한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대남 위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은 UFG 연습을 ‘북침 전쟁 연습’이라며 그 책임을 남측에 돌리지만 UFG는 매년 실시하는 연례 훈련일 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의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최고사령관, 공화국원수 등 군 직책을 물려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군을 통솔하는 모습을 통해 ‘선군정치’ 세습의 정통성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정권 승계 후 첫 UFG를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내부 통제를 위해서도 적절한 긴장감은 오히려 권력 기반 다지기에 도움이 된다”며 “이용호 총참모장 경질 이후 어수선한 군 조직을 재정비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대남 도발 위협으로 긴장을 조성하는 한편으로 남측 민간단체에는 남북교류를 재개하자며 손을 내미는 이중적 전술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은 24일 남측 민간단체 측과 개성에서 만나 “민간의 교류를 재개해 꾸준히 협력해 나가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항상 군사적 위협과 교류협력을 병행하는 혼합정책을 써 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선 국면이 본격화함에 따라 북한이 실제로 도발을 감행해 남한 정치에의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군 관계자는 “최근 김정은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주도한 부대를 방문해 대남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도발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북한군의 전력 배치, 이동 현황 등 관련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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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달 서해 공군기지에 공격헬기를 전진 배치했고 서해 최전방 부대에 장사정포와 해안포 등을 증강 배치했다. 또 특수전부대의 기습 점령과 육상부대의 포격 훈련도 예년보다 2배 이상 늘어 군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 선동#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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