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선 박빙 예상… 도와달라”… YS “많은 산 잘 넘길 바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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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아버지 정적과의 화해’… YS-이희호여사 예방
‘칠푼이’라고 혹평했던 YS “후보 된 것 축하” 덕담
이희호 “첫 여성대통령 되면 나라 위상 높아질 것”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해 악수를 하고 있다(왼쪽). 이어 박 후보는 오후에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이희호 여사와 환담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해 악수를 하고 있다(왼쪽). 이어 박 후보는 오후에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이희호 여사와 환담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대선후보로서 공식 활동을 시작한 이틀째인 22일에도 박근혜 후보는 적극적인 ‘국민대통합’ 행보를 계속했다. 아버지 고 박정희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았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YS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을 10년 만에 방문했다. 박 후보는 “(예전에) 입원하셨다고 해서 걱정했다. 오늘 뵈니까 건강해 보인다”고 안부를 물었다. 이어 “나라가 한 번 더 발전 도약을 하고 국민도 행복해지려면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며, 그런 노력을 많이 기울여 나가려 한다”고 하자, YS는 “대통령후보가 된 거를 축하한다. 여당의 대통령후보가 참 중요한데, 많은 산을 넘어야 할 텐데 하여튼 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YS가 “전에는 애국심이라는 말이 많이 있었다. 그런 말이 이제 없어졌다. 정치인이 애국심이라는 말을 안 쓴다. 그게 참 안타깝다”고 하자, 박 후보는 “정치에 무엇보다 중요한 게 애국심이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박 후보는 이어 자리를 옮겨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YS에게 “이번 대선이 박빙의 승부가 될 거 같다.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YS가 3당 합당을 통해 만든 민주자유당의 후신인 한나라당 대표와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됐지만 그동안 YS와의 관계는 원만하지 못했다. YS는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고 최근 박 후보를 ‘칠푼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만은 외형상으로는 이런 앙금의 흔적을 볼 수 없는 분위기였다.

[채널A 영상]YS “하여튼 잘 하기를…”

박 후보는 오후엔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DJ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해 10분간 환담했다. 이 여사는 박 후보에게 “(여성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아니냐.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 후보 측은 밝혔다. 이 여사는 “여성의 지위가 법적으로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많으니까, 여성으로서 만약 당선이 되면 세세한 데까지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는 당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후보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김대중 정부가 적극적인 남북화해 정책을 추진했던 점을 염두에 둔 듯 이 여사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관광도 다 중지됐는데 그런 문제도 생각해서 하루속히 통일 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지금 (남북관계가) 대결 국면으로 계속 가고 있는데 어쨌든 대화 국면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후보는 2004년 DJ를 만난 사실을 거론하면서 “생전에 김 전 대통령께서 제게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했다. 노력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DJ가 박 후보에게 “동서 화합을 이룰 최적임자”라고 격려했던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자 이 여사는 박 후보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회상하며 “국회의원 부인을 모두 청와대로 초대해 점심을 같이하셨다. 정말 친절하게 해주셔서 얼마나 고맙게 생각했는지 모른다”고 화답했다.

이 여사의 ‘여성 대통령’ 발언이 미묘한 해석을 낳자 동교동과 민주통합당은 “덕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젊은 시절 여성운동을 했던 이 여사가 여성의 지위 향상에 대해 당부한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었다.

박 후보는 이날 경기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을 방문해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단을 격려했다.

박 후보의 이런 ‘통합 행보’ 속에 선진통일당 이인제 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양대 정당이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하는 편의적 연합에는 관심이 없다”면서도 “(보수대연합론이) 가치와 지향하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어떤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설정하면서 그것을 이루기 위한 연대나 연합이라면 마다할 리 없다”고 밝혔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박근혜#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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