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1비서’ 이어 노동당 3권 모두 장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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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치국 위원 추대사실 하루 늦게 공개… 당 규약 ‘김정일주의’ 추가
오늘 최고인민회의 개막… 주요기구 인선 결과 주목

11일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제1비서에 오른 김정은이 핵심 당권과 군·보안조직을 모두 장악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조직 장악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인상이어서 취약한 권력기반에 불안감을 느끼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중앙방송은 12일 “김정은 동지께서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군사위원장으로 추대됐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함만 갖고 있던 김정은은 당 대표자회를 계기로 정치국과 비서국, 중앙군사위 등 당의 3권을 모두 장악했다.

노동당 정치국은 유명무실화된 당 대회와 당 중앙위를 대신해 사실상 당을 이끄는 조직이다. 당 규약에 따르면 당 대회와 중앙위 전원회의가 열리지 않을 때 정치국이 업무를 위임받도록 돼 있다. 비서국은 제1비서가 된 김정은의 명령을 수행하는 직할부서로 각 부문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독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군사위는 국방위와 더불어 군사 분야와 국방사업 전반을 지도하는 조직이다.

당 조직뿐만 아니라 군·보안 조직도 김정은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조선중앙통신은 “최룡해 정치국 상무위원(62)이 군 총정치국장으로, 김정각 정치국 위원(71)이 인민무력부장으로 2012년 4월부터 사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룡해는 빨치산 출신 최현의 아들로 김정은의 부상과 함께 떠오른 인물이다. 이에 따라 최측근 이영호가 총참모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총정치국장, 인민무력부장 등 군 지도체계의 3대 축이 모두 김정은의 손에 들어갔다.

최근 최룡해와 함께 차수로 승진한 현철해 국방위 국장(78)이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겸 후방총국장으로, 김원홍 총정치국 조직부국장(67)이 한국의 국가정보원장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된 사실도 이날 공개됐다. 당초 김정일 장례차를 호위했던 ‘파워 7인’ 중 한 명이었던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73)이 부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경찰청장 격인 이명수 인민보안부장(78)은 당 중앙군사위원으로 발탁됐다.

‘함남의 불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생산력 증대 모델이 된 곽범기 전 함경남도 책임비서(73)는 정치국 후보위원, 중앙위 비서, 중앙위 부장을 한꺼번에 부여받았다. 2007년 총리에서 해임돼 비날론공장 책임자로 쫓겨 갔던 박봉주(72)와 김정각에게 인민무력부장 자리를 내준 김영춘(78)도 당 중앙위 부장으로 되살아났다.

이날 공개된 노동당 규약 서문 개정판은 ‘조선노동당은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당이며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유일한 지도사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기존에는 ‘김일성의 당’ ‘김일성주의’라고 돼 있었다. 또 김정은이 맡은 제1비서의 위상을 “당의 수반으로서 당을 대표하고 전당을 영도한다”고 못 박아 ‘김정은 영도체제’를 분명히 했다.

북한은 13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국방위원회 등 국가기구에 대한 인선을 통해 당·군·정 전체에 대한 김정은 체제 구축을 마무리한다.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이 국방위원장 자리를 승계할 것인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일 생전에 후계체제 구축 차원에서 국방위의 권한을 강화해온 점을 들어 김정은이 국방위원장직에 추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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