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내달 광명성3호 로켓 발사”]밖으론 강성대국, 안으론 김정은 시대 띄우기 ‘다목적 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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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의 노림수는?

16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예고는 대내적으론 김정은 체제를 확고히 하고 대외적으론 협상의 몸값을 높이려는 다목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98년에도 장거리로켓 발사를 통해 김정일 체제를 공고히하고 북-미 관계 개선의 촉매제로 활용했다.

북한은 4월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전후한 시기로 발사 시점을 잡아 ‘강성대국 진입’을 선포하는 ‘축포’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거리로켓 발사를 ‘군사대국’ 진입 과시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심 유도 수단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강성대국의 3대 축인 사상강국, 경제강국, 군사강국 가운데 북한이 내세울 것은 군사강국밖에 없다”며 “군사적 무력시위 중 핵실험은 중국의 반대로 위험부담이 큰 만큼 ‘평화적 우주 이용’이라는 명분을 살린 장거리로켓 발사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1998년 7월 26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치르고 8월 31일 ‘광명성 1호’를 발사한 뒤 9월 5일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함으로써 권력 승계를 매듭지었다. 올해 4월에도 이미 예고된 노동당 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정은을 당 총비서 또는 국방위원장에 추대하면서 ‘광명성 3호’를 발사해 비슷한 패턴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김정은의 업적으로도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월 8일 방영된 기록영화와 2월 16일자 노동신문에서 “2009년 미국과 일본이 ‘광명성 2호’ 위성 발사를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며 요격하려 했지만 김정은 영도자께서 타격 명령을 내려 이를 제압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체제가 1, 2호와 달리 3호를 ‘실용위성’이라고 강조한 것은 인민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비전 제시용”이라며 “탈북자들을 면접해 보면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는 주민들에게 주는 심리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발표를 한 것은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과 ‘살라미 전술’을 동시에 구사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위기지수를 높이고(벼랑 끝 전술) 본격 협상 앞에 다양한 카드를 잘게 배치해 단계마다 반대급부를 챙기는(살라미 전술) 방식인 것이다.

북한은 ‘2·29 북-미 합의’를 발표하면서도 미국 측 발표문에는 없는 “6자회담이 재개되면 경수로 제공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는 대목을 끼워 넣어 향후 협상에서 카드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번 장거리로켓 발사 발표도 ‘평화적 용도인 인공위성’ 발사인 만큼 북-미 간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합의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며 새로운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볼 수 있다.

북한은 2000년 말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북-미 미사일 협상을 벌여 거의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양국은 미국이 북한의 인공위성을 대신 발사해주고 북한에 현물지원을 제공하는 대신에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개발과 미사일 수출을 중지하기로 했으나 정권 막바지인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좌절되면서 최종 합의는 불발됐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에도 ‘광명성 2호’ 발사와 2차 핵실험을 통해 이번과 비슷한 전술을 구사했으나 그때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며 “다만 북한으로선 대선을 앞둔 미국이 공세적인 반응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다시 한 번 낡은 레코드를 돌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북한의 미사일 개발 일지


△1975년 중국에서 탄도미사일 DF-61 구입
△1981년 이집트에서 스커드-B 미사일과 발사대 도입
△1989년 사거리 500km의 스커드-C 미사일 개발
△1993년 5월 중거리미사일 노동 1호 동해상 발사
△1998년 8월 장거리로켓(광명성 1호) 발사
△2005년 5월 러시아제 단거리미사일 SS21 개량형 KN-02 발사
△2006년 7월 장거리 1기를 비롯한 미사일 7발 발사
△2009년 4월 장거리로켓(광명성 2호) 발사, 궤도 진입 실패
△2009년 7월 노동미사일과 스커드미사일 7발 발사
△2012년 3월 “4월에 광명성 3호 발사” 예고  
:: 위성 실으면 우주발사체, 무기 실으면 미사일 ::

로켓과 미사일은 모두 고온 고압의 가스를 분출해 그 반동으로 추진하는 발사체로서 원리상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맨 윗부분에 인공위성이 실리면 우주발사체(SLV), 핵무기를 비롯한 군사용 탄두가 탑재되면 미사일이 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탄도미사일은 탄두를 목표지점에 정확히 투하하기 위해 정밀한 항법·유도장치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로켓은 위성체를 지구궤도에 올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그런 기술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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