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風… 혁신風… 바람 앞의 DJ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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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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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 공천 물갈이론 거세

민주통합당 공천 신청자 713명 중 ‘노무현’이나 ‘참여정부’가 포함된 경력은 131개였다. ‘김대중’이 들어간 경력은 29개에 불과했다.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부활을 보여주는 동시에 ‘김대중(DJ)의 사람들’이 구(舊)세력으로 몰리고 있음을 입증하는 단면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지냈거나 측근이었던 친(親)DJ 정치인들이 친노 인사나 ‘혁신과통합’ 출신 정치 신인들과의 공천 경쟁에서 어려운 싸움을 할 것이란 얘기가 민주당 안팎에서 나온다. 혁신과통합 측은 20일 성명을 내고 “통합에 새롭게 합류한 세력과 정치신인을 공천 때 적극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과통합의 한 인사는 “한참 전에 은퇴했어야 할 분들에게 공심위원들이 우호적이지 않다. 새로운 정치에 맞지 않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 친노 후보는 4선의 친DJ 전 의원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사람이 후보가 돼선 안 된다”며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반면 김대중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당 관계자는 “당에서 친DJ 정치인을 물갈이 대상으로 취급하고 민주당의 과오를 김 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분개했다. “김 전 대통령에게서 정치를 제대로 배운 사람들을 ‘DJ의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곳곳에서 ‘DJ의 사람들’과 ‘노무현의 후예’들이 맞붙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민주당 상임고문은 서울 관악갑에서 친노 인사인 유기홍 전 의원과 경쟁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총재로 있을 때 원내총무를 지낸 정균환 전 의원은 서울 송파병에 출사표를 던졌다. 경쟁자는 노무현 정부 때 국정과제비서관을 지낸 조재희 씨.

김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씨의 친구이자 대통령민정수석실 민원비서관으로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맡았던 이재림 씨는 친노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서울 중랑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김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낸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은 광주 북을에서 현역인 김재균 의원에게 도전한다.

혁신과통합 출신이나 정치신인과 경쟁하는 ‘DJ의 사람’도 많다.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최고위원은 전남 목포에서 KBS 기자 출신인 배종호 혁신과통합 전남 상임대표의 도전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검사 출신의 김학재 의원은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검찰 후배 백혜련 변호사와 경기 안산 단원갑에서 경쟁한다.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제1부속실장을 지낸 김한정 씨는 서울 양천을에서 혁신과통합 출신의 이용선 전 민주당 공동대표와 맞붙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두관 경남지사가 포함된 혁신과통합 상임대표단은 20일 4·11총선 공천심사와 관련해 “불법·비리 혐의 후보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혁신만이 승리의 길’이라는 성명에서 “공천 신청 후보 중에는 비리 전력이나 혐의가 있는 후보가 적지 않다”며 “확정 판결이 나지는 않았지만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 없이 사실관계가 확인된 경우에는 (공천에서) 배제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성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성명서를 읽기도 했다.

이 같은 요구는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마련한 후보자 도덕성 평가 기준이 18대 공심위 때보다 완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부패·비리 전력자에 대해서만 심사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했으며 이마저도 공심위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예외를 적용하도록 했다.

혁신과통합 대표단의 요구대로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임종석 사무총장,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사건으로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최규식 의원, 자신이 운영하는 학교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강성종 의원 등은 모두 공천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심위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공심위가 방향타를 잃고 헤매게 된다. 그대로 가겠다”며 혁신과통합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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