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터’, ‘콤퓨터’…北에서 늘어나는 외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8일 10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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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우리말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서도 요즘 외래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6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등 당정간부들이 평양 두단오리공장을 방문했다며 "참관자들이 오리고기훈제장, 과학기술보급쎈터 등을 돌아보고 자동화, 콤퓨터화되고 생산문화, 생활문화가 높은 수준에서 보장된 데 대해 경탄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쎈터' `콤퓨터' 등을 쓰는 것은 외래어가 북한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매체는 오래전부터 뜨락또르(트랙터), 라지오(라디오), 바께즈(양동이) 등의 외래어를 사용해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이날 세계화를 꿈꾸는 북한에서 `고려링크' `게임' `조선콤퓨터쎈터' `프로그람' `쏘프트웨어산업총국' `내나라정보쎈터' 등의 외래어가 크게 늘었다고 소개했다.

북한에 외국의 정보통신 기술이 차츰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외래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의 업적을 상징하는 `CNC'(컴퓨터수치제어)는 북한이 영어를 외래어처럼 사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2009년부터 산업시설의 CNC화를 선전했고, 현재 평양 시내 대로변과 공장, 기업소 등에서 CNC와 관련된 구호가 많이 붙어있다.

그러나 북한은 정보통신 이외 분야에서는 좀처럼 외래어를 쓰지 않고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6일 `영어망국병이 부른 결과'라는 글에서 남한이 무분별하게 영어를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9일 한글날을 맞아 "남조선에서 지금처럼 고유한 우리말과 글이 짓밟히고 그 순수성이 훼손되면 언어분야에서 민족성이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이는 조국통일 위업에 커다란 해독(害毒)"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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