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후폭풍]무상급식 주민투표, 집값 비례한 투표율… 같은 區서 더블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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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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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3061만원 잠실7동 51.9%… 3.3m당 1322만원 마천1동 19.7%
아파트촌-원룸촌 격차 커

24일 서울에서 실시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같은 자치구 안에서도 동(洞)별로 극심한 투표율 차이를 보였다. 투표율을 가른 잣대는 부(富)의 상징인 ‘집값’이었다.

일반적으로 한나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강남구에서도 동별로 최대 2배의 투표율 격차를 보였다.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 외에 용산구와 양천구 등도 마찬가지 현상을 보였다. 이들 동별 투표율 차이를 보면 ‘집값’으로 나타나는 소득 수준에 따라 표심도 흔들린 것을 알 수 있다.

○ 같은 구에서도 집값 따라 투표율 등락

25일 서울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동별 투표율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424개 동 중 투표율 상위 10위는 유일하게 50%를 넘긴 잠실7동(51.9%·송파)을 비롯해 문정2동(49.9%·송파), 대치1동(49.5%·강남), 오륜동(48.6%·송파), 도곡2동(48.3%·강남) 등 모두 강남 서초 송파구에 속했다.

반면 같은 강남구지만 역삼1동(19.6%)과 논현1동(20.2%)의 투표율은 강남구 내 투표율 1위인 대치1동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서울 평균 투표율과 비교해도 낮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젊은 주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대치 도곡 압구정동 등과 차이가 컸다.

이 같은 현상은 평균적인 집값 차이와 거의 비례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19일 현재 대치동 아파트의 3.3m²당 평균가격은 3353만 원. 역삼동(2682만 원)과 청담동(2749만 원)은 2000만 원대에 그쳤다. 강남의 경우 ‘평당 3000만 원’을 기준으로 대치 도곡 압구정동 등 ‘투표 참여동’과 청담 역삼동 등 ‘투표 거부동’으로 갈린 셈이다. 송파구 역시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잠실과 가장 낮았던 마천1동(19.7%) 및 삼전동(20.1%)은 아파트 평균가격이 각각 3.3m²당 3061만 원과 1322만 원, 1611만 원으로 차이가 컸다.

실제로 강남 3구를 제외하더라도 투표율이 높았던 강동구 명일2동(41.3%·13위), 용산구 이촌1동(40.5%·14위), 영등포구 여의동(39.8%·19위) 등은 아파트가 밀집하고 집값이 높은 구별 대표 ‘부촌’ 지역이다. 이들 역시 주변 지역과 두 배 이상의 투표율 차이를 보였다.

○ 투표 형태도 원인?

이처럼 같은 구 안에서도 투표율 차이가 컸던 이유가 이번 주민투표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단순한 정책투표가 아니라 ‘포퓰리즘 반대’와 ‘나쁜투표 거부’라는 정치적 성향을 결정하는 투표였기 때문에 같은 구 안에 거주하더라도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서로 달랐다는 것.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영향을 미친 극단적인 찬반 투표였지만 강남구 역삼동과 송파구 삼전동 등이 강북 지역보다 진보적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며 “상대적 소득 수준의 차이가 투표율 차이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투표에서 가장 투표율이 낮았던 곳은 종로구 창신2동(13.4%)이었으며 이어 관악구 신림동(13.7%), 구로구 가리봉동(14.5%), 양천구 신월3동(15.9%), 구로구 구로3동(15.9%) 등의 순이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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