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령 간첩단 ‘왕재산’ 적발…임채정의 비서도 간첩으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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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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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동향·군사정보 전달 5명 구속기소'죽음 불사' 충성맹세문 공로훈장 받기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남조선 혁명'을 위한 남한 내 조직을 구축해 활동한 반국가단체가 공안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사망한 김일성의 교시를 통해 서울ㆍ인천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면서 정치권 동향 등 정세정보는 물론 각종 군사정보를 수집해 보고한 공로로 북한 훈장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내 정국 혼란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원을 국회의장 비서관으로 근무하게 하는 등 정치권 상층부 공작도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와 국가정보원은 25일 북한 노동당 225국과 연계된 반국가단체 '왕재산'을 조직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총책 김모(48) 씨와 인천지역책 임모(46)·서울지역책 이모(48) 씨, 연락책 이모(43)·선전책 유모(46) 씨 등 5명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가입, 간첩, 특수잠입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다른 5명을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등에 따르면 총책인 김 씨는 김일성이 사망하기 1년 전인 1993년 8월 김 주석과 직접 면담해 '남조선혁명을 위한 지역지도부를 구축하라'는 명령과 함께 유일적 영도체계 구축, 김일성 부자 혁명사상과 위대성 보급 등 5대 과업을 내용으로 한 '접견교시'를 하달받아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 주사파로 활동한 김 씨는 앞서 1990년대 초반 북한 225국에 포섭돼 '관덕봉'이라는 대호명을 부여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대호명이란 비밀공작활동에서 보안유지를 위해 이름 대신 사용하는 고유명칭이다.

김 씨는 초·중학교 후배인 인천지역책 임 씨와 대학동창인 서울지역책 이 씨를 포섭해 북한으로부터 각각 '관순봉' '관상봉'이란 대호명을 부여받게 한 뒤 2001년 3월 '왕재산'이란 지하당을 구축해 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연락책 이 씨와 선전책 유씨도 '성남천' '성봉천'이란 대호명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1993년 지원개발이란 업체를 설립한 데 이어 2001년에는 북한체제 선전목적의 벤처기업 코리아콘텐츠랩을, 2002년엔 재정적 뒷받침을 위한 업체 지원넷을 각각 설립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김 씨는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 북한정권 창건일 등 북한의 5대 명절마다 '조선노동당과 김정일에 대한 무한한 충성과 죽음을 불사한 혁명투쟁'을 다짐하는 25건의 충성맹세문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2005년 이들의 간첩활동 공로를 인정해 유 씨를 제외한 4명에게 노력훈장을 수여했고, 연락책 이 씨는 국기훈장도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225국이 인천지역의 혁명 전략적 거점화를 위해 이 지역 행정기관과 방송국, 군부대 등을 유사시에 장악하도록 왕재산 조직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치권 동향 등 정세정보와 함께 용산·오산 미군기지 및 주요 군사시설 등이 포함된 위성사진과 미군 야전교범, 군사훈련용 시뮬레이션 게임 등을 수집해 대용량 하드디스크 등에 저장해 북한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 등은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총 34회에 걸쳐 225국 공작조를 만나 지령을 수수했다.

이들은 또 조직원의 정치권 침투를 하라는 지령을 받아 정치인들의 동향을 보고하는 한편 정치권 내 지위확보를 위해 정당원으로 활동 중이던 서울지역책 이 씨를 임채정 전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으로 활동하게 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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