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수해, 남북관계 ‘긍정변수’로 작용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3일 1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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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피해ㆍ가옥파괴ㆍ농경지 침수 등 보도
지난해 수해지원, 이산상봉ㆍ적십자회담으로 연결

꽉 막힌 남북관계에 북한 지역의 수해가 긍정적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일 "6월25일부터 사흘 동안 조선 대부분 지방이 태풍 5호의 영향을 받았다"면서 "강한 바람과 무더기 비, 해일을 몰아온 태풍으로 여러 지방에서 인명피해가 났고, 160여 동의 살림집이 파괴되고 2만1천여정보의 농경지가 침수, 유실, 매몰되었다"고 보도했다.

농경지 피해는 208.2㎢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여의도 면적(8.4㎢)의 24.7배나 된다.

북한 지방에서는 이후에도 잇따른 호우로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기상청은 13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북한 대부분 지역에 호우가 예상되는 가운데 곳에 따라 300㎜ 이상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면서 황해도 지역의 폭우로 임진강과 북한강 주변에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수해가 남북관계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대북 수해지원이 윤활유 역할을 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 이후 대결로 치닫던 남북관계에 대북 수해 지원이 일정 정도 대화분위기를 이끄는 데 역할을 했다.

대한적십자사(한적)는 지난해 8월26일 북한에 통지문을 보내 수해지원 의사를 표시한 데 이어 나흘 뒤 100억원 상당의 구체적인 지원규모를 밝혔다.

북측이 9월4일 쌀과, 중장비, 시멘트를 지원해달라고 호응했고, 한적은 쌀 5000t과 시멘트 1만t, 컵라면을 비롯한 생필품, 의약품 등 100억원 상당의 지원을 결정하고 11월 연평도 포격도발이 발생하기 전까지 상당 품목을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북측은 억류했던 대승호와 선원들을 송환했으며,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인도주의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등이 잇따라 개최됐다. 수해지원을 위한 남측 민간 대북지원단체들의 방북도 잇따랐다.

그러나 북측이 추가 적십자회담 개최를 이틀 앞둔 지난해 11월23일 연평도 포격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남북 간 대화분위기는 결실을 보지 못하고 다시 긴장국면으로 전환됐다.

최근 남북관계는 북측이 비밀접촉을 폭로한 이후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해를 매개로 한 한적 차원의 대북 지원이 남북관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다. 긴급 구호성격인 만큼 대북 수해지원에 따른 한적이나 우리 정부가 느끼는 여론의 부담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수해지원을 매개로 남북 간 접촉 면이 형성되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주의 문제 논의를 위한 적십자회담 등도 기대할 수 있다.

유럽연합이 대북 식량지원을 결정하고 미국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로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국제적 흐름을 놓치지 않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측 수해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북측에 대화 의지가 있는지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거의 20일 전에 발생한 수해를 지금 보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며 관련 사항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현재 대북 수해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의 수해가 어느 정도인지 윤곽이 나와야 한다"면서도 "긴급구호 성격의 대북 수해지원이 이뤄지면 현재 꽉 막힌 남북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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