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 대대적 감찰, 얼어붙은 관가]부처마다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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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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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 “점심식사 복귀시간 체크”
서울시 “민원인 가장해 암행감찰”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공직기강을 다잡기 위한 대대적인 사정작업에 착수하겠다고 공표하면서 공직사회가 ‘초긴장 모드’로 들어갔다. 비리가 적발된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는 관련자 징계와 함께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고 다른 부처들도 “이번에 걸리면 끝장”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몸을 사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각 부처는 일제히 사내 전산망을 통해 사정(司正) 정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내려보냈다.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집권 후반기마다 사정 태풍이 늘 있어 왔지만 이번에는 강도가 다른 것 같다. 솔직히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사정 정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짝 엎드리는 모습이다.

○ 노심초사하는 국토부와 환경부


국토부는 잇따라 터진 비리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신임 장관과 차관으로 진용이 새롭게 갖춰진 직후에 일련의 비리들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망연자실한 상태다. “청렴과 관련된 일은 무조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권도엽 장관의 취임 일성이 무색하게 직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된 탓이다.

국토부는 16일 관련 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백모 과장의 후속 인사를 단행하고 당초 계획된 인사 규모를 대폭 확대해 뒤숭숭한 부처 분위기를 다잡을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3월 총리실에 적발당한 연찬회 참석 직원들을 대상으로 추가 혐의가 없는지 조사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중징계하기로 했다. 다음 주에는 강도 높은 비리 방지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권 장관은 16일 낮 12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일부 직원들과 ‘도시락 미팅’을 하면서 “앞으로 간부들부터 마음가짐을 다잡으라”고 당부한 뒤 “한 달에 두 차례 관련회의를 하고 월요 간부회의 때에는 관련 업무 국장이 (비위 관련) 보고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렇지만 정부과천청사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직원의 비위 사실을 자체 파악하고서도 주의 정도로 가볍게 처리해 공직사회 전반으로 사정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며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격”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최근 본부 부서와 모든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반부패 청렴교육을 해온 환경부는 총리실이 공개한 공직 비위 사례에 포함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문제가 된 연찬회를 미루거나 취소하고 일정을 취소하지 못하면 단시간에 연찬회를 마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 인허가 부처, “외부인사 아예 만나지 말라”

보건복지부는 16일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내린 행동지침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식사 자리를 피하라’고 지시했다. 또 주중 워크숍을 금지했으며 워크숍을 가더라도 노래방이나 주점을 피하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산하기관으로 의약품 인허가 업무가 많은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비리에 노출되기 쉬워 이번 사정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식약청 관계자는 “사정 강도를 높인다고 하니 위에서 수시로 조심 또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술을 마시더라도 직원끼리 마시고 업체 관계자와는 절대 술자리를 갖지 말도록 지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감사원은 교육·토착·권력형 비리를 척결하는 데 힘써 달라”고 지적하면서 비리의 온상처럼 비친 교육 부처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고위 관계자는 “대학과 관련된 각종 인허가 업무나 이공계 연구비 지원 등 이권이 걸려 있는 분야에서 각별히 몸조심을 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외부 공모를 통해 선발된 기관장을 중심으로 공직기강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외부 공모를 통해 들어온 민간인 출신은 아직 공무원 규칙 등에 익숙하지 않아 개별적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골프를 자제하고 점심식사도 주로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전했다. 지식경제부는 산하기관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3만 원 이상 식사나 선물을 받지 말라고 지시하고 직원들이 제시간에 출근하는지, 점심시간 끝나고 늦게 들어오는지 등을 청사 입구에서 점검하고 있다.

○ 각 부처 감사관실 총동원


최근 경찰이 군납 입찰담합 비리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방위사업청은 사정 타깃이 되기 전에 자체 감찰에 착수했다. 감사관실 직원이 모두 투입돼 직원들을 면담하면서 혹시라도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조달청도 감사담당관실이 불시에 복무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근무 장소는 물론이고 직원들의 외부 만남에도 예고 없이 찾아가 누구를 만나는지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지자체 공무원의 기강해이 점검을 위한 ‘특별기동감찰반’을 구성해 금품수수와 지역 토착비리 발생 여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감찰부서 공무원이 민원인을 가장해 금품이나 향응 제공을 시도하는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비리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인허가 담당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금품이나 향응 제공을 요구받을 때 감사 부서에 신고하라’고 고지하는 ‘민원인 미란다 원칙’도 함께 시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직 사정 칼날에 공직사회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김두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취임한 뒤 너무 일을 시켜서 공직사회 사기가 저하됐다거나 힘들어하는 부분이 일부 있다”며 “사기를 북돋워야 하는 게 있는데 이런 사안이 터져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들의 사기가 위축되는 것도 좋은 현상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기강 확립과 사기 고양)의 접점이 어디인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편집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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