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단행]세계언론-주변국 반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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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한국권리 주장위한 훈련”… 러 외교 “상황이 매우 가열됐다”

기상 악화로 미뤄온 한국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이 20일 오후 2시 30분경 시작되자 주요 외신은 일제히 긴급뉴스로 훈련 상황을 보도했다. 외신들은 북한군이 보복 공격을 경고한 상황에서 한국군이 사격훈련을 강행했으나 북한군의 즉각적인 반격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 CNN, 특집기사로 보도

AP통신은 이날 한국군은 실탄 사격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군의 대응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F-15K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한편 훈련 개시 수시간 전 주민 수백 명을 지하 방공호로 대피시켰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사격훈련 전 코스피가 1.5%까지 떨어지고 남측 기업 관계자의 개성공단 방북이 불허됐다며 경제적 영향에 주목했다. CNN방송은 ‘한반도 긴장’을 주제로 한 특집 기사 형태로 사격훈련 개시 소식을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울발 기사에서 지난달 북한군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던 연평도에서 한국군이 포 사격훈련을 벌인 것은 북한의 추가 도발 위협에 맞서는 한편 6·25전쟁 이후 지배해온 인근 해상에 대한 한국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한국은 5000만 국민의 안전과 세계 15위의 경제를 위협하는 확전을 막으면서 연평도 인근 해역을 지켜내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군이 이날 실탄 사격훈련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달 23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과 군인 등 4명이 희생된 이후 한국 내에서 보기 드물게 대북 보복 요구가 들끓었기 때문이라며 이 사건으로 인해 대북 강경노선을 내걸고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마저 정치적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은 이날 한국군의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을 긴급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NHK는 한국군의 사격훈련이 시작되자 긴급 뉴스를 편성해 연평도와 북한의 동향을 전했다. 또 아사히, 요미우리 등 주요 신문 인터넷판도 ‘연평도 사격훈련 1시간 반 만에 종료’라는 속보를 게재했다.

○ 중 언론, 전 과정 긴급 보도

중국 언론도 일제히 연평도 사격훈련 전 과정을 긴급 보도했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이날 오후 1시 40분(한국 시간 오후 2시 40분)경 한국 국방부를 인용해 사격훈련 소식을 전했다. 또한 훈련 종료도 긴급 뉴스로 알렸다.

중국중앙(CC)TV 뉴스채널은 정규 뉴스 시간마다 한국, 일본, 미국 특파원을 생방송으로 연결해 훈련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등은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이미 마련해 놓은 연평도 특집코너를 통해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러시아 최대 방송인 ‘제1채널’은 한국군의 연평도 포사격 훈련이 개시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한반도 평화가 다시 실낱 끝에 매달렸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남북한 양국 군이 전투태세 강화에 돌입했다며 전날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성과 없이 끝난 데 대해 러시아 정부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 중국 러시아 정부 “유감”

한편 한국의 해상 사격훈련을 우려해온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대체로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사격훈련 종료 이후 “누구도 갈등과 전쟁을 부추길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추이 부부장은 이날 호주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누구도 한반도 남북 주민들이 피를 흘리게 할 권리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이나 북한 등의 국가명은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러시아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군의 사격훈련은 한반도 상황 안정화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모든 당사자는 최대한 자제하고 추가적 긴장을 야기할 수 있는 행동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남한의 훈련은 국제 조약상 인정받지 못하는 논쟁적 해역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한반도 상황의 안정화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현 상황에서 낙관은 있을 수 없다”며 “상황이 매우 가열돼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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