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얘기 안하면 정치인 아니잖아요” 한나라 친서민 경쟁

동아일보 입력 2010-09-21 03:00수정 2010-09-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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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후반기 들어 여권에서 친서민 경쟁이 불붙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국정운영 기조로 내세운 뒤 여권의 주요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서민정책’ ‘서민행보’를 외치고 있다. 거시경제적 상황 변화와 관계없이 서민층 체감경기는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은 가운데 벌써부터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
■ ‘복지 화두’ 박근혜
재정위로 옮긴 뒤 ‘양극화 해소’ 부쩍 강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이 2007년 대선 때 내놨던 대표 공약인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원칙 세우자)가 아닌 ‘복지’를 주요 화두로 내놨다. 그는 18대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반기에 기획재정위로 상임위원회를 옮기자마자 복지에 기반을 둔 경제정책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는 재정위 전체회의에 처음 참석한 6월 21일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소득 분배나 양극화 문제가 무척 중요하게 대두되는 만큼 국민 신뢰의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핵심 측근은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가 발전이라는 장밋빛 공약보다 당장 약자를 배려하고 경제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해 주는 일이 시급하다는 인식”이라며 “복지와 약자 배려 등은 앞으로 만들 대선 공약에도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박 전 대표가 과학기술 발전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복지국가’ 구상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측근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경제 발전은 과학기술 발전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과학기술 강국인 이스라엘의 사례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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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표는 16일 일부 한나라당 의원과의 오찬에서 “이스라엘이 과거 경제위기를 무사히 이겨낸 것은 과학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이 전했다. 한 의원이 “정부에서 독립 행정부처로 승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인원이 150명가량 될 것 같다”고 말하자 박 전 대표는 “숫자가 이스라엘과 똑같네요”라며 경제와 국방을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이스라엘의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복지를 추구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경제성장으로 이뤄내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 ‘90도 인사’ 이재오
‘겸손’ 메시지… 지하철 출근하며 스킨십 확대


이재오 특임장관은 7·28 은평을 재선거에서 생환하고 다시 8·8 개각을 거쳐 장관직에 오른 뒤 몸을 더욱 낮추고 있다. ‘서민의 눈높이에서 더 겸손하게 임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아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는 ‘이재오식 인사’는 정치권 안팎의 화제가 됐다. 최근엔 야당인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손학규 상임고문이 닮은꼴 인사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 버린 ‘동네 목욕탕 돌며 주민 등 밀어주기, 자전거 타고 골목길 다니며 인사하기, 복지시설 배식 활동’도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한 측근은 “장관직을 수행하느라 평일에는 주민들을 만나기 어렵지만 주말이나 공휴일 등에는 틈나는 대로 주민들을 만나 민원을 듣고 다닌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장 시절부터 듣기 시작한 ‘민원 해결사’란 별명은 특임장관이 된 뒤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매일 오전 6시경 연신내역을 출발하는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역에서 내려 출근하는 그를 만나기 위해 연신내역과 경복궁역에 민원인들이 서류봉투를 들고 서 있기 일쑤다. 그는 요즘도 입버릇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23평 주택에 살고, 지하철과 버스로 출근하는 내가 ‘대한민국 표준서민’ 아니냐”고 말한다고 한다.

■ ‘택시 운전’ 김문수
위기가정 지원 전력… “민원청취 행보도 계속”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6·2지방선거 때 야당 돌풍이 부는 상황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를 누른 것은 서민층의 지지 덕택이었다는 게 여권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는 도지사 재임 기간 택시운전 면허를 따 18차례 ‘일일 택시운전’으로 31개 시군을 다니면서 민원을 청취했다. 재선에 성공한 뒤에도 여전히 택시운전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김 지사의 이런 모습에 대해 ‘몸을 낮춘 정치’라는 취지로 높은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김 지사의 서민 행보는 이재오 장관과 견줄 만하다. 두 사람은 각기 지방선거와 재선거에서 ‘서민후보’를 자임하며 승리한 데다 과거 민주화운동 등을 함께했던 이력도 붙어 다닌다. 국회의원 3차례, 도지사 재임을 하는 동안 김 지사의 집은 경기 부천시 소사구의 30평 아파트 그대로인 점도 그렇다. 그는 한나라당의 서민정책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한 측근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나라당에 서민 정치인이 많아야 하고 그럴 수 있도록 당이 문호를 더 활짝 열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

김 지사가 요즘 공들이는 정책은 첫 임기 동안 절반가량 추진한 ‘위기가정 무한돌봄사업’이다. 경제위기로 가장이 실직이나 사고를 당한 가정을 지원하는 제도. 16개 시군에 무한돌봄센터를 만든 그는 시군과 협력해 남은 기간 15개 시군에도 이 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 ‘밥 퍼주는’ 안상수
무료급식소-시장 순회… 친서민 특보단 구성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14일 서울 중구의 한 무료급식소를 찾아 노숙인을 위해 밥을 퍼주는 봉사활동을 했다. 이틀 뒤에는 남대문시장을 찾아 재래시장 상인들과 만났다.

스스로 “가난한 마산 촌놈”이라고 부를 만큼 서민층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자신하는 안 대표는 최근 서민정책에 공들이고 있다. 한 측근은 안 대표의 ‘서민행보’ 의지에 대해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면 밥이 아니라 분뇨라도 푸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안 대표는 13일 의원 11명, 원외 인사 11명 등 22명으로 대규모 특보단을 구성했다. 그는 특보단에 “서민층을 배려하고 서민층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의제를 발굴하라”는 임무를 맡겼다고 한다. 당 안팎에서는 안 대표가 당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서민 행보를 통한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정책 공세’ 홍준표
서민특위 맡아 “부자黨이미지 탈피” 역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당의 서민정책특별위원장 자격으로 서민정책 입안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은행이 영업이익의 10% 정도를 서민대출로 전용하도록 법제화하겠다”고 밝혀 일부에서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는다”는 비판이 나온 것에도 개의치 않는 듯이 보인다. 홍 최고위원은 “서민을 위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당의 미래도 없다. 부자정당 이미지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패배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해 나갈 기세다.

그는 최근 서민특위가 여권 내부의 충분한 논의 없이 정책을 내놓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공론화를 거쳐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시장경제를 거스른다’는 지적에는 “(그건) 서민정책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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