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승호 나포’ 침묵… 정부도 통지문 안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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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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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문제 장기화 가능성… 中, 北에 자국선원 면담 요청

북한은 ‘55대승호’를 나포한 지 이틀째인 9일에도 우리 정부에 나포 경위나 조사 상황에 대해 아무런 통지도 하지 않았다. 선원 가족들은 자칫 나포가 장기화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경북 포항 지역 어민들도 자칫 조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 조심스러운 통일부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8일 신속한 조치와 조속한 귀환을 요청한 것 외에 북한에 군 통신선을 통해 따로 (대승호 상황을 묻거나 송환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승호의 구체적인 나포 지점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리고 있지만 대승호가 어업 중에 북한의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남측 어선의 북한 영해 월선은 대부분 기관 고장에 의한 표류나 항해 실수로 일어났지만 대승호는 조업을 위해 북한 EEZ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어 정부가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 중국 정부를 통한 중재 가능성도

주북한 중국대사관은 이날 북한 당국에 55대승호에 탄 중국인 선원과의 면담을 주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대사관 측은 “북한에 나포된 대승호에 중국인 3명이 타고 있다는 보도를 주의 깊게 봤다”며 “북한은 나포된 중국인을 인도주의로 대우하고 정당한 권익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자국 선원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를 중재하는 물꼬를 틀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애타는 가족, 어민도 발 동동

55대승호 선장 김칠이 씨(58)의 부인 안외생 씨(55)는 같은 날 오전 포항수협 비상대책상황실을 찾아 박승호 포항시장에게 선원들이 조속히 귀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포항수협에서 근무하는 아들 현수 씨(31)도 상황실 현장에 나와 대책위 일을 도왔다. 김호겸 포항수협 어선지도과장은 “현수 씨가 경황이 없는데도 ‘아버지의 무사 귀환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맡은 업무를 묵묵히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전국오징어채낚기협회에 따르면 55대승호 나포 소식이 알려진 후 포항에서 오징어채낚기 어선 10여 척이 출항을 보류했다. 55대승호가 나포되기 전 하루 평균 50여 척이 출항 신고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항 선박이 20% 정도 줄어든 셈이다. 임학진 전국오징어채낚기협회 회장은 “회원 어민들의 마음이 심란하다”며 “일단 나가 있는 배는 조업을 계속하되 안전거리 유지, 사고해역 출입 자제 등을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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