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당선자 인터뷰]<6>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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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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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청원 통합 재추진… 청주공항 민영화는 반대”

“먹고살기 힘들다는 게
요즘 밑바닥 정서인데
현 정권은 그걸 못읽어

세종시 밀어붙인다면
충청권 단체장 손잡고
국회 설득해 저지할것”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는 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선거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표심에서 나타난 대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이제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하고 원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는 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선거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표심에서 나타난 대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이제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하고 원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여론조사에서 계속 밀렸지만 한 번도 승리를 확신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밑바닥을 훑으면서 만난 유권자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알았기 때문이죠.”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민주당)는 이번 지방선거 기간 내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경쟁자인 정우택 현 지사(한나라당)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실제 투표에서는 51.22%의 표를 얻어 45.91%를 얻은 정 지사를 누르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9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이 당선자는 인터뷰 내내 ‘밑바닥 민심’이 자신을 당선으로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승리의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세종시 원안 추진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충북도민의 마음을 잡는 데 주효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종시 수정안을 수용하느냐를 묻는 일종의 ‘국민투표’였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충북의 밑바닥 정서에는 반(反)한나라당과 반이명박 대통령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과거 선거에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와 거의 맞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밑바닥(서민층)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인력시장 노무자와 재래시장 상인, 장애인 등 서민들을 만날 때마다 들은 첫마디가 ‘먹고살기 힘들다’였다고 말했다.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 소외감이 크다고 어딜 가나 한목소리로 외쳤다는 것. 이 당선자는 정부가 4대강에 예산을 쏟아 부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8일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와 세종시 원안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부가 어떻게 나올 것으로 보나.

“세종시 수정안 문제는 이제 이 대통령이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충청권 3개 시도지사가 이번 선거에서 지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은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유권자들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그래도 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향후 대처방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하진 않았지만 정부가 계속 밀어붙인다면 국회를 상대로 수정안 철회를 요구할 것이다. 충청권 3개 시도지사 당선자가 의원들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설득해 국회에서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아직까지 대전 충남 당선자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큰 틀에서 ‘반대’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보를 막아 운하를 하려는 것과 준설을 해 배가 다니도록 하는 이수(利水), 지류를 정비하는 치수(治水) 등이 있다. 보로 막는 것과 준설은 반대하지만 소하천이나 세천을 정비해 홍수 등을 예방하는 것은 찬성한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방향을 치수 중심으로 돌리도록 하겠다. 도지사가 위임받아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사업에 대해선 전면 재검토할 것이다.”

―중앙정부와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 보니 마찰도 우려된다. 관계를 원만히 풀어나갈 복안은….

“협조를 잘해 나갈 것이다. 지역 이익을 위해 여야를 떠나 중앙정부에 협조할 것은 협조할 것이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 등 지역민의 이익에 반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지역의 큰 현안인 경제자유구역과 음성태생산업단지, 청주공항∼천안 전철 연장, 충청고속화도로 제천∼청주∼충북 남부권 연장 등의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를 찾아 열심히 로비할 것이다.”

―단체장이 바뀌면 공직사회는 술렁이게 마련이다. 이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대규모 물갈이 인사에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살생부’ 소문까지 나도는데….

“조직개편과 인사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보고를 받은 뒤 참모진 및 자문단과 상의해 결정하겠다. 보복인사 같은 건 옛말이다. 공직사회도 평소 하던 대로 열심히 일하면 된다. 인사문제로 떨거나 걱정할 것은 없다.”

―도지사로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일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역시 세종시 문제다. 충북과 가장 큰 이해관계가 걸린 부분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청주-청원 행정구역 통합’ 문제다. 취임하자마자 충북도와 청주시, 청원군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풀어 나갈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원군의원에 당선된 분들도 모두 통합에 찬성하고 있다. 지난번에 통합이 무산된 것은 통합 논의 자체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방법론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너무 밀어붙이다 보니 무산됐다. 이번에는 순리적으로 풀어나가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다.”

―관선과 민선 기초단체장,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제는 민선 광역자치단체장에 당선됐다. 차이점이 있다면….

“시장이건 지사건 국회의원이건 결국은 지역을 위해 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목표는 하나고 위치와 역할이 다를 뿐이다. 도지사는 지방보다는 중앙에서 많이 움직이고 활동해야 하는 자리다. 안방에만 있어서는 곤란하다. 취임 후 틈날 때마다 중앙에 올라가 지역과 관련된 일을 따올 것이다.”

―정 지사와 달리 청주공항 민영화 추진을 반대하는데….

“이게 참 큰 문제다. 충북도가 민영화를 너무 성급하게 받아들였다. 제주와 김해에서 주민 반대로 거부된 것을 충북도가 제대로 된 의견수렴도 없이 받아들였다.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세워주지 않으면 민영화는 안 된다. 국토해양부와 다시 협의하는 등 처음부터 전면 재검토할 것이다.”

―정 지사가 역점을 둬 추진하던 ‘경제특별도’를 ‘숫자놀음’이라고 비판했다. 그 대신 서민을 중심에 두는 서민경제 실현을 내세웠는데….

“‘경제특별도’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기업유치는 어느 지자체나 다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포장을 한 게 문제다. 기업유치 활동은 더욱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이 부분에서 이 당선자는 정 지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정 지사가 전력을 기울인 기업 투자 유치를 이어받고, 현안인 경제자유구역 지정 같은 국책사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의 경우 절반은 대구로 넘어갔지만 우수한 업체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충북도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북부권(충주 제천 단양)과 남부권(보은 옥천 영동) 개발을 위해 출장소 설치를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천과 단양에 가면 ‘강원남도’를 만들어 편입되고 싶다고 한다. 옥천과 영동은 대전으로 가고 싶어 한다. 이 정도로 충북이 갈라지고 소통이 안 됐다. 강원 동해 출장소와 경기 의정부 출장소 같은 개념으로 만들어 북부에서 남부까지 경제와 문화, 사람이 교류돼 ‘하나 된 충북’을 만들겠다.”

―풍부한 행정관료 경험과 의정활동 경력으로 기대가 많다. 도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고맙게 생각한다. 열심히 일해서 도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 특히 세종시 원안을 지켜달라는 도민의 여망을 반드시 성사시키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인터뷰=최영묵 편집국 부국장
정리=청주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약력:

△충북 충주(63세) △청주고, 서울대 정치학과 △민선 1∼3기 충주시장 △17, 18대 국회의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

■ 李당선자 공약
내년부터 초·중교 전면 무상급식
자체 예산으로 매년 625억 마련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의 공약은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와 비슷한 편이다. 이번 지방선거 출마 직전까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정책통이었던 이 당선자는 당의 무상급식 실시와 세종시 원안 추진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가 내세운 최우선 공약 과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무상급식 실시다. 전면적인 실시 시기도 2011년으로 명시했다. 국회에서 무상급식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충북의 자체 예산을 통해 매년 625억 원의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매니페스토연구회 소속 신준섭 건국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도 차원에서 예산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당선자는 또 5세 이하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성의 보육 부담을 줄여 여성의 사회 진출을 늘리고 지역경제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 측은 “무상보육에 필요한 2581억 원 중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1270억 원을 도와 각 시군이 절반씩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니페스토연구회 평가단은 “충북의 낮은 재정자립도를 감안해 예산 지원 규모와 실시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자는 ‘열린 행정’ 구현을 위해 도민들이 주요 현안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마련하고 도 예산을 감시할 수 있도록 도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충북지역의 ‘뜨거운 감자’인 청주-청원 통합 문제에 대해 이 당선자는 ‘통합추진협의회’를 구성해 두 시군의 상생 통합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또 두 시군을 잇는 도로 개설에 예산을 우선 지원하고, 청원군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려 2012년까지는 통합 준비를 완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당선자는 또 도내 동부권인 제천-단양에서 청주까지 연결되는 충청고속화도로를 조기에 착공하고 남부권과 북부권에 도청 출장소를 개설해 충북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같은 민주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와 긴밀히 협의해 원안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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