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계속운영 의지? 폐쇄 사전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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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개성공단 설비반출 금지

“대남 압박카드 효력 떨어질라” 기업들 반출 움직임에 제동
“모든 물자 세무서 거쳐라” ‘통행’ 아닌 ‘돈’ 관점 접근

군 당국의 대북 심리전 보류 조치로 통행 차단의 위협을 잠시 피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이번에는 북한이 내놓은 ‘설비 및 물자 반출의 사실상 금지’라는 덫에 걸렸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이번 조치를 통해 공단 운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북한이 공단 폐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많은 입주기업의 재산을 묶어두겠다는 사전 조치라고 해석했다.

이번 조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설비나 물자 반출에 앞서 세무서를 거치도록 한 부분이다. 공단 내에는 내각 소속 세무서와 군부 소속 세관이 함께 있다. 세무서는 공단 기업들이 창출한 이익에 기업소득세 등을 부과하고 이를 받는 기관이다. 세관은 사람과 물자의 통행과 통관을 담당했다. 북측의 이번 조치는 설비와 물자의 반출을 ‘통행’이 아니라 ‘돈’의 관점에서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반출을 불허한다고 밝힌 ‘기업재산으로 등록된 설비’의 개념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아직 모호하다. 개성공업지구 기업재정규정 4조는 ‘등록자본은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공업지구관리기관에 등록하고 투자한 자본이다. 기업은 등록자본을 줄일 수 없다’고 규정했다. 등록자본은 총자본금의 10% 이상이다. 북한이 ‘등록자본’에 계상된 설비를 뜻한다면 나머지 설비는 반출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북측이 말하는 게 일반적으로 기업이 소유한 유형의 생산수단 모두를 뜻하는 것일 수 있다. 기업재정규정 7조는 투자의 인정 시점에 대해 ‘유형재산은 공업지구에서 정해진 수속을 끝냈을 때’라고 규정해 수속을 마친 기업의 유형재산 전부를 등록된 설비로 볼 수 있다. 또 기업 창설 및 운영 규정 28조는 기업이 청산하는 경우 ‘청산위원회가 기업의 재산을 넘겨받아 관리한다’고 규정했다. 이 경우 기업들은 빌려온 설비나 고장이 난 설비 외에는 일절 반출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기업이 설비나 원부자재 반출을 이유로 종업원을 휴직시킬 수 없다는 내용도 문제다. 노동규정 14조 2항은 ‘기업의 경영 또는 기술조건 변동으로 종업원이 남을 경우’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날 조치는 기업이 경영 판단에 따라 설비 축소와 원자재 반입을 줄인 뒤에도 일손이 남아도는 북측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줘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날 북측 조치는 정부의 공단 내 상주인력 감소 조치에 이어 입주기업들도 다양한 이유로 설비의 남측 반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개성공단 폐쇄가 임박했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조금씩 설비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핵심 설비가 유출되면 북측이 공단을 방패막이로 남측을 압박하는 카드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사전에 막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설비 반출 움직임에 대해 “남북관계 악화에 따라 원청업체나 바이어들이 위험한 개성공단보다는 남한 내 본사에서 물량을 맞춰줄 것을 원하거나 북측의 근로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기존 생산시설이 남아도는 기업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은 바이어의 요청으로 공단 생산량을 줄인 후 전체 북한 근로자의 절반을 쉬도록 한 경우도 있다고 이 기업인은 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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