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비리 막게 휴대전화-계좌 영장없이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일 03시 00분


서울경찰청, 동의서 의무화…“경관 죄인 취급하나” 반발도

앞으로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개인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은행계좌 조사에 대한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해야 한다. 연초부터 잇달아 발생한 경찰비리를 근절하겠다는 경찰 수뇌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초강경 조치다. 그러나 경찰 일각에선 인권침해라는 반발도 거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조현오 청장의 지시에 따라 언제라도 경찰관 개인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은행계좌 명세를 법원의 영장 없이 볼 수 있도록 청문감사관실에 사전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시내 31개 전 경찰서에 최근 하달했다고 3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 경찰관은 ‘유착비리 등에 대한 감사를 위해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은행계좌 추적을 허용한다’는 동의서를 서울경찰청 청문감사관실에 내야 한다. 그동안 경찰에서 지급한 업무용 휴대전화는 조회가 가능했지만 경찰 개인의 휴대전화는 조회가 불가능했다. 또 서울경찰청은 동의서를 받기에 앞서 한 달가량 자진신고 기간을 두고 성매매업주 등과 통화했거나 문제가 될 만한 일이 있었을 경우 자진 신고하도록 지시했다. 경찰관이 동의서를 낼 경우 서울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언제든지 해당 경찰관의 통화기록 등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서울 지역 내 경찰관은 3만4000여 명이다.

이를 통해 경찰은 일선 경찰관들의 성매매업소, 도박장 등 단속대상 관계자와의 접촉행위를 일절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사전보고 없이 유흥업소 업주 등과 통화하거나 접촉했을 경우 ‘지시사항 위반’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통화기록 조회, 계좌추적은 범죄 혐의가 있을 때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수사행위여서 이번 조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전화 통화기록과 계좌추적에 불만을 표시하는 경찰이 있다면 비리를 저질러서 제 발이 저린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지지했다. 반면 한 경찰관은 “우리가 무슨 죄인이냐. 경찰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경찰은 “통화한 것 자체가 범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데 전체 경찰의 사기를 꺾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