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 無임금’ 7월 태풍… 비대 노조 ‘구조조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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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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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노조법’ 우여곡절 통과… 노사문화 변화 예고
복수노조 내년 시행
민주노총 타격 우려
소수노조 난립할까

1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직권상정된 뒤 표결이 시작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 표시로 퇴장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1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직권상정된 뒤 표결이 시작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 표시로 퇴장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1일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추미애 개정안)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굳어져온 국내 노동운동과 노사문화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에 따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올 7월, 복수노조 허용은 1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1년 7월부터 시행된다. 노조전임자의 유급 근로면제시간을 인정하는 타임오프제(time off·근로시간면제제도)와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법 등은 이르면 다음 달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노동부는 최대한 빨리 시행방안을 담은 노조법 시행령 제정 작업에 들어가 2월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 전임자 수 대폭 축소


가장 큰 변화는 7월부터 전임자 임금지급이 금지되고 타임오프제가 실시되면 전임자 수가 대폭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타임오프제는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되 ‘사용자와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관리업무’만 유급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노조들이 예전처럼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많은 전임자를 두기 어렵게 됐다. 일부는 유급 인정을 받겠지만 노조는 전임자를 줄이거나 조합비를 인상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노조 전임자 수는 2005년 노조 1곳당 평균 2.7명이었으나, 2008년에는 3.6명으로 늘었다. 반면 전임자 1명당 평균 조합원 수는 1993년 183.4명에서 2005년 154.5명, 2008년 149.2명으로 줄었다. 특히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의 경우 단체협약상 노조 1곳당 평균 전임자 수는 19.1명이지만 실제 활동은 24.6명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노동부 2008년 실태조사). 노동부는 이 잉여인력 대부분이 상급단체의 파업 동참 등 조합원과는 거리가 먼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투쟁 위주의 노동문화도 개선

전임자 수 축소와 함께 복수노조 시행으로 노동 현장에서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불필요한 파업도 상당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복수노조 시행 시 조합원 수 확보는 각 노조에 가장 중요한 문제. 개정안에 따라 한 사업장 내 다수 노조는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조(교섭창구 단일화)를 정해야 하며 안 될 경우 과반수 노조가 교섭권을 얻는다.

따라서 노조가 근로조건 개선 등 조합원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대정부 투쟁이나 연대파업 등에 동참할 경우 조합원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7일간 최악의 옥쇄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차 노조가 파업 종료 후인 9월 초 투표율 75.3%(재적조합원 3508명 중 2642명 참여), 찬성률 73.1%(2642명 중 1931명 찬성)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탈퇴한 점은 극단적 강경 투쟁에 대한 일반 조합원의 정서를 잘 나타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시 탈퇴를 반대한 조합원은 9.9%인 264명에 그쳤다.

○ 소수노조 난립할까

경영계는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한 사업장에 소수노조가 난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노조 수는 늘겠지만 우려할 만큼 다수의 노조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섭창구 단일화 실패 시 조합원 수가 전체 조합원의 10% 미만인 노조는 공동교섭대표단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 교섭권이 없는 노조는 사실상 자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제도 시행 초기에는 다수의 노조가 생길 수 있지만 결국 전체 조합원 10% 미만의 소수노조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의 우려대로 타임오프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가능성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타임오프 범위를 정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는 각각 5명의 노·사·공익위원으로 구성되며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한다. 공익위원들이 일방적으로 노동계 편을 들지 않는 한 구조적으로 타임오프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민주노총 산별노조 타격 우려

중앙파, 현장파 등 산하 사업장 노조 안에서 파벌 갈등이 극심한 민주노총으로서는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파벌별로 별도의 노조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의 노조위원장 선거는 통상 다수의 강성노선 후보와 소수의 온건노선 후보가 1차 투표를 치르고, 결선투표에서 강성 대 온건 후보 간의 일대일 대결 구도로 이뤄진다. 과거 강성 후보가 위원장에 당선된 사례가 많은 것은 결선에 오르지 못한 다른 강성 후보 지지자들이 결국 결선에 오른 강성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 하지만 복수노조가 시행되고 갈등이 극심한 각 파벌이 별도의 노조를 만들면 이런 합종연횡이 어려워진다. 쟁점이 됐던 산별노조의 교섭권 문제는 지난해 12월 31일 이전에 설립허가를 받은 노조의 교섭권은 인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2년 7월 이후에는 근로조건, 고용형태, 교섭관행등에 따라 산별노조는 노조교섭권을 인정받을 수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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