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이번 만남은 협상아닌 탐색”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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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북 성과와 전망
美대통령 친서? 질문에 “내가 오바마의 메시지”
북-미 추가접촉 여부 주목

“내가 바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입니다(I am the message).”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할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방북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서기 전에는 북한이 기대하는 어떤 ‘선물’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생 직업외교관으로 지냈던 그의 깐깐한 태도에 북한은 실망했을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직간접으로 보즈워스 대표보다는 고위급 인사와 협상하길 원한다고 밝혀왔다.

“매우 유익했다”는 보즈워스 대표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방북 성과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북한이 북핵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는 보즈워스 대표가 6자회담 참가국들을 순방하며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이 여전히 6자회담 복귀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북-미 양자가 6자회담의 필요성과 9·19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에 대한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고 밝혔지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0월 초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게 조건부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보즈워스 대표는 “이번 만남은 협상이 아닌 탐색적인 대화였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도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결과에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6자회담이나 9·19공동성명이라는 단어 하나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결국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여부는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결과를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앞으로 추가적인 북-미 접촉이 이뤄질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연말로 접어든 올해에는 추가적인 접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내년 초에 뉴욕 채널을 통한 접촉 등 북-미 간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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