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 철책-지뢰밭 뚫려도… 北 공개때까지 월북 사실 ’깜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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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민간인 월북 파장

남한 주민 1명이 26일 동부전선 고성군의 군사분계선(MDL) 철책을 뚫고 입북한 것으로 밝혀져 군의 허술한 전방 경계태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휴전선 철책 가운데 가장 높은 고지대를 지키는 육군 백두산부대 최전방 가칠봉 중대 장병들이 전방
철책을 점검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남한 주민 1명이 26일 동부전선 고성군의 군사분계선(MDL) 철책을 뚫고 입북한 것으로 밝혀져 군의 허술한 전방 경계태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휴전선 철책 가운데 가장 높은 고지대를 지키는 육군 백두산부대 최전방 가칠봉 중대 장병들이 전방 철책을 점검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철책 뚫린 부대서 2년 복무… 주변 지형지물 파악한듯
가로 30cm 세로 40cm 절단… 軍전방 경계태세에 비상


남한 주민 1명이 26일 동부전선 강원 고성군 인근의 최전방 철책을 뚫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으로 밝혀져 우리 군의 전방 경계태세에 비상이 걸렸다.

군 당국은 월북한 강동림 씨가 26일 밤 경계병의 감시를 피해 철책에 접근한 뒤 철조망을 자르고 북으로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 씨가 2001년 9월부터 2003년 11월까지 해당 부대의 전방관측소(GOP)에서 기관총 사수로 근무해 철책 주변의 지형지물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민간인이 군 초소를 거치지 않고 민간인 통제구역이나 철책 지역까지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의혹이 풀리지 않는다. 전방지역의 한 군 관계자는 “산을 몰래 타고 들어오면 군부대가 관할하는 민간인 통제구역에 들어올 수 있다”며 “그러나 몰래 철책까지 접근하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설령 민간인이 은밀히 접근했다고 해도 수시로 순찰을 도는 경계병들의 감시망을 피하기 쉽지 않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한 전문가는 “민간통제선 및 군사분계선의 철책을 경계하는 병사들 간 거리가 떨어져 있어 그 사이로 진출입이 가능하다”며 “철책의 경우 경계병 간 거리가 먼 곳은 100m여서 그 사이로 누가 잠입할 경우 통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 씨가 열상감시장비(TOD)나 폐쇄회로(CC)TV 등의 감시가 취약한 지점을 골랐을 가능성이 크다. 2005년 6월 북한군 병사 1명이 강원 철원군 대마리 인근의 최전방 철책을 넘어왔을 때도 군 당국은 해당 철책 지역에 우거진 갈대숲 때문에 감시장비로 관측하기 힘들어 월남 사실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강 씨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비무장지대(DMZ)의 위험지역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북한 철책 지역은 1.5∼2km의 지뢰밭일 뿐만 아니라 1만 V의 고압선과 각종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강 씨가 철책 경계를 한 경험이 있어 구체적인 지뢰매설 상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비무장지대에 우리 군이 작전에 사용하는 요로(要路)들이 있는데 이 길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0, 70년대 월북한 전방지역 군인들도 소속 부대 관할구역의 지뢰 매설 사정을 훤히 파악해 북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월북 가능성에 병사들이 늘 노출돼 있기 때문에 철책 근무 병사를 선발할 때는 월북 가능성이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고 덧붙였다.

남쪽에서 철책을 뚫고 북쪽으로 넘어간 사례는 2004년 10월 강원 철원군 육군 열쇠부대 책임지역의 GOP 3중 철책 절단 사건 이후 처음이다. 당시 군은 30대 초반의 남자로 추정되는 민간인이 월북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듬해 6월 철원군 대마리 인근 최전방 철책을 뚫고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군 병사는 철책을 자르지 않고 철책과 바닥의 틈이나 철책을 넘어 통과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월북 사실을 공개할 때까지 해당 부대가 철책 절단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한 지휘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부대의 조사 결과를 보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별도의 지휘검열단을 꾸려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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