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년 127개국에 찔끔 원조 20~30곳으로 줄여 실효 거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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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8일 02시 57분


개발원조委 가입 앞두고 OECD실사단 개선 권고
○ 컨트롤 타워 필요… 25개 기관서 개도국 지원, 중복사업 많아 비효율적
○ 조건없는 원조를… 한국 유상비율 40%대, 선진국은 대부분 무상

정부가 내년 가입을 추진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가 한국 공적개발원조(ODA)의 효율성이 낮다며 개선을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국의 DAC 가입을 위한 실사단이 6월 한국을 방문해 △ODA를 통합적 추진, 조정하는 시스템과 법의 부재 △원조의 비구속성(untying·원조에 조건을 달지 않는 것)과 증여율(grant element·대가 없는 지원 비율) 부족 △지원 대상국의 과다 등으로 원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개선 이행계획을 제출했다. DAC는 11월 25일 가입심사회의에서 한국의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제대로 기여하려면 정부가 이미 밝힌 대로 ODA의 전체 규모를 크게 늘리는 것에 앞서 원조 효과를 극대화하는 체계적인 ODA 전략 수립과 실행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통합적 체계 없어 부처마다 중복
ODA를 집행하는 국내 기관은 무려 25곳에 달한다.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외에도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국가보훈처, 국방부, 노동부 등이 교육, 정보통신기술, 보건의료 분야 등에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ODA를 총괄하는 시스템이 없이 이 기관들이 저마다 법에 근거해 ODA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바람에 똑같은 프로젝트가 여러 기관에서 중복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부가 공개한 2009년 주요 중복지원 사례에 따르면 KOICA에서 개발도상국에 지원한 한국어 연수과정 프로젝트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한국학 진흥사업, 국제교류재단의 한국어연수 펠로십 프로그램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DAC 회원국 중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ODA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며 “원조의 일관성을 위해 통합ODA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이와 관련한 의원 발의 법안 5개가 상정됐으나 부처 간 이해관계 때문에 모두 계류 중이다.
○ 경제적 대가 없는 원조 비율은 낮아
원조의 비구속성, 증여율 등 원조 후 경제적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원조의 비율이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은 것도 원조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DAC 국가의 평균 비구속성 비율은 90%에 이르지만 한국은 25%에 불과하다. 증여율도 2006∼2007년 기준 DAC 회원국 평균인 97.3%보다 낮은 89.4%에 머물렀다.
이는 전체 원조 중 유상원조의 비율이 40%에 이르는 한국의 특수성 때문이다. 일본을 제외한 선진국 대부분은 유상원조의 비율이 극히 낮다. 한국은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한 유상원조와 외교부의 무상원조로 체계가 이원화돼 있어 유상원조의 비율을 줄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DAC 실시단은 유·무상원조의 이원체계 개선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윤현봉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현재 세계 어느 나라도 유상원조를 하지 않는다”며 “재정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2015년까지 비구속성 원조 비율을 75%로 높일 방침이다.
○ 찔끔 원조, 효과 반감시켜
정부는 2006년부터 수단과 미얀마 등 56개 국가를 무상원조 협력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이 중 라오스와 나이지리아 등 19개 국가를 중점협력국가로 선정해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부처와 지자체의 ODA 지원 실적을 집계한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한국이 실제로 지원한 국가는 무려 127개국에 달했다. OECD 회원국 중 국민총소득에서 ODA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낮을 정도로 ODA 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지원 국가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개별 국가에 집중 지원할 수 있는 ODA 액수는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은 수의 국가를 집중 지원해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외교부가 공개한 나라별 ODA 지원실적에 따르면 한 해 원조액이 수만∼수십 만 달러에 불과한 국가도 많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학교나 병원 설립 등 가시적 효과가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려면 한 해 최소 5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DAC 실사단도 지원국 규모를 20∼30개국으로 줄일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지원 국가를 점진적으로 줄여 해당국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집중 지원하는 통합지원전략을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수립할 계획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공적개발원조(ODA):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에 하는 원조. 국제사회는 2015년까지 각국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을 0.7%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ODA는 대부분 무상 원조다.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전 세계 원조의 90% 이상(2008년 현재 1197억 달러)을 차지하는 미국 영국 일본 등 22개 핵심 공여국으로 구성된 위원회. 원조 규범 제정과 정책 조정 등을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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