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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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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류 美기자 이르면 오늘 귀국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4일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경색됐던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북한 체류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여기자들은 이르면 5일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3월 17일 여기자 2명을 중국 접경지역에서 체포해 4일 현재 141일째 억류해왔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4일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났다고 전하면서 “(북-미 간) 공동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특히 “빌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며 “김 위원장은 이에 사의를 표하고 진지한 담화를 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북한 국방위원회가 클린턴 전 대통령을 위해 백화원 초대소에서 만찬을 베풀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로버트 기브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북한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또 이날 별도의 성명에서 “이번 방문은 미국인의 석방을 담보하기 위한 순전히 개인적인 임무(private mission)로 우리는 언급할 게 없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공적 임무 수행을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전직 미국 대통령의 방북은 1994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난 이후 15년 만이다. 한반도에 전쟁 위험이 고조되던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국면 전환을 이끌었던 것과는 달리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여기자 석방’이라는 제한된 목적을 가진 것이어서 북-미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 협상채널을 복원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전제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포괄적 패키지’를 제안한 시점에서 이번 방북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도 최소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의 의사를 미국 정부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핵문제를 미국과의 양자협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