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안먹혀서? 친이 견제용?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친박측 ‘박근혜 반대표 발언’ 파장 커지자 “법 자체 반대는 아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본회의 미디어관계법안 표결에 참여한다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 전 대표의 뜻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앞서 박 전 대표는 15일 “여야 합의로 미디어법을 처리해야 한다”며 미디어법에 대한 의견을 처음 내놓았다.

박 전 대표는 19일 오후 안상수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도 표결에 참여한다는 전언을 받았다”고 말한 데 대해 기자들이 확인을 요청하자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측근인 이정현 의원이 전했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안에 반대하는 것이냐, 아니면 직권상정에 반대하는 것이냐’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다른 말씀이 없어서 알 수 없다”고만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놓고 당 안팎에 파문이 확산되자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가 미디어법 자체나 직권상정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 시점에서는 국민에게 법안의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여야 간 합의를 위한 노력도 충분치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홍사덕 의원도 “한나라당의 원안을 그대로 직권상정하는 것처럼 알려진 데 대해 박 전 대표가 큰 우려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친박계 의원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기본적으로 미디어법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한나라당이 이미 17일 의원총회에서 야당 의견을 수용해 규제를 강화한 수정안의 기본 틀을 발표한 상황에서 ‘직권상정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반대한 것’이라는 설명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표가 15일 “한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매체 합산 30% 이내로 하면 독과점 우려가 사라질 것”이라며 엄격한 사전규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만을 가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신문사의 발행부수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체 합산에 의한 사전규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친이(친이명박) 진영의 정국 독주에 제동을 걸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야당과의 미디어법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당에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원칙론적인 ‘훈수정치’를 하는 것은 주류가 벌여 놓은 판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동아일보 사진부 김동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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