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북핵처리 어정쩡” 비난 자초한 중국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7분


최근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자 중국은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또다시 핵실험을 실시한 것을 결사반대한다”고 외교부 성명을 냈다. 이어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에도 동의했다. 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는 누구보다 북한에 강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중국이 적극 나서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원칙과 명분 때문에 대북제재에 동참하고는 있지만 북한과의 동맹을 고려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오히려 솜방망이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이 북한에 ‘성의’를 보이는 것에 북한 지도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졌을 뿐만 아니라 핵개발까지 가게 된 상황에는 중국도 책임이 있다. 나아가 북한이 남한이나 미국과 사이가 나빠진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만난 한 대북 소식통은 북측 인사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 중국 지도부로서는 깜짝 놀랄 일이다. 북측 인사는 북한 고위층의 동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만은 상당히 뿌리가 깊었다.

북한 지도부는 안보 측면에서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 보호를 제공하는 데 비해 중국은 수십 년 전에 맺은 상호방위조약만 들먹일 뿐이라고 한다. 북한이 이런 상황에서 핵개발을 생각했으나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만을 주장한다는 얘기다. 경제적으로도 북한이 신의주 특구를 추진하자 특구장관으로 내정된 중국인을 비리 혐의로 구속한 것은 동북3성 개발에 방해가 된다며 특구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

중국의 ‘북한 다루기’에 대한 불만은 내부에서도 나온다. 4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위성발사라고 두둔하며 “핵실험을 하지는 않았다. 핵실험을 하면 그때는 중국 정부도 더는 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학자들은 요즘 묵묵부답이다. 핵실험 후에도 정부는 ‘지역 안정을 위해 냉정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만 되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학자는 “북한이 한국으로 밀고 내려가면 그때는 중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석유 공급도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중국의 처신을 보면 막상 그때 가면 또 말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핵사태 처리 과정에서 어느 나라보다 역할이 커지고 있는 데다 북한이나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방향이 달라 곤혹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항상 강조하는 ‘핵실험은 안 된다’는 원칙을 굳게 지키지 않아 자초한 것은 없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