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 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6월 29일 02시 59분



출장거리 지구 30바퀴 발로 뛰는 분쟁 해결사
기후변화 국제이슈로 끌어올려
수단-중동분쟁 종식에 앞장
유엔 안팎서 연임가능성 점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주말인 20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인근에서 모처럼 지인들과 골프를 쳤다. 운동을 끝내고 샤워를 한 후 짙은 색 양복에 넥타이 차림으로 나타났다. 바로 2박 3일 일정의 짧은 해외 출장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점심식사를 마친 반 총장은 곧 공항으로 떠났다. 반 총장은 월요일인 22일 다시 유엔본부로 출근했다.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반 총장이 30일로 정확히 5년 임기의 절반을 넘어선다. 2007년 1월 1일 시작해 숨 가쁘게 지구촌을 누볐다. 지금까지 출장을 다닌 총거리는 72만2428마일(116만2635km), 지구를 30바퀴가량 돈 셈이다.
반 총장은 최근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엔 63년 역사상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닥친 적은 없었다. 기후변화, 식량위기, 에너지위기, 100년 만의 경제위기까지 겹쳤고 최근 신종 인플루엔자까지 발생했다”며 “전 지구적 이슈가 생기니까 사람들이 유엔만 쳐다보는데, 국제사회가 대응하는 속도가 늦다 보니 책임자인 나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유엔 수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강조했다.
반 총장은 2006년까지 일부 국가 지도자만이 문제를 제기했던 기후변화 문제를 전 세계적 이슈로 끌어올리고 국제분쟁 조정에 앞장서는 등 높은 성과를 올렸다는 게 유엔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세계 최악의 분쟁 지역으로 꼽힌 수단 다르푸르 사태부터 중동 가자전쟁, 미얀마의 사이클론 피해 대처 등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다카스 유키오(高須幸雄) 유엔 주재 일본 대사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며 “내가 아는 반 총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뒤에서 노력하고도 이를 자랑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취임 초 약속한 대로 느슨한 관료조직인 유엔의 개혁도 실행했다. 유엔 고위 간부들의 재산공개, 윤리강령 강화, 고위 간부들과 사무총장 간 업무계약 체결 및 평가 등 고위 간부들의 책임성을 높이는 데 솔선수범했다. 그는 최근 일부 서방 언론의 혹독한 평가에 대해 “아시아적 가치를 온전히 가진 첫 사무총장은 내가 처음”이라면서 겸양·중용 등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이해 부족이 자신에 대한 비판과 무관치 않음을 시사했다.
아직 전망하기에는 이르지만 유엔 안팎에서는 반 총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 총장은 최근 사석에서 “아직 연임을 말하기에는 이르며 한국에서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자리에 연연한 적이 없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실적’을 통해 회원국들의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에서 2년을 근무하면 고향에 보내주는 ‘홈리브’ 제도에 따라 8월 9일쯤 귀국할 예정이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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