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화합안 나오면…” 조건부 사퇴론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희태 대표(왼쪽)와 정몽준 최고위원이 다른 참석자의 얘기를 듣고 있다. 김경제 기자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희태 대표(왼쪽)와 정몽준 최고위원이 다른 참석자의 얘기를 듣고 있다. 김경제 기자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원희룡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원희룡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朴“조기전대 반대 안해”… 소장파 연판장 중단

쇄신위 활동 재개… 원희룡 “친박계 대표 검토”

쇄신 방안을 놓고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던 한나라당 지도부와 쇄신파가 한시적인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는 친박(친박근혜)계의 조기전당대회 참여 등을 포함한 당의 근원적 화합 방안을 이달 말까지 확정짓기 위해 활동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쇄신특위는 2일 △청와대와 정부의 쇄신 △당 지도부의 사퇴 등 2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활동을 중단했었다.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은 8일 긴급 전체회의를 연 뒤 “6월 말 이전에 각종 쇄신안과 향후 정치일정을 도출해 최고위원회의의 전폭적인 수용 단계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 일정에는 지도부의 거취도 포함된다. 최소한 계절이 바뀌기 전에는 달라진 지도부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쇄신을 주도해온 정두언 정태근 김용태 등 친이(친이명박)계 소장파 의원 7명도 당 지도부 용퇴 및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이날 연판장을 돌리다가 쇄신위의 발표 직후 활동을 중단했다. 김용태 의원은 “당내 반목을 통합하기 위한 조기전대만이 쇄신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쇄신위와 당 지도부의 움직임이 지지부진하면 즉각적으로 연판장을 다시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쇄신을 주도해온 개혁적인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은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시한부 사퇴론을 조건부로 수용하며 그 시한은 6월 말까지여야 한다”면서 “지도부의 노력이 실패하면 바로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희태 대표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기 전대를 반대하지 않는다. 반대하는 것은 반쪽짜리 전당대회, 분열의 전당대회다”라고 말했다. 또 “당의 근원적인 화합을 위해 직을 걸고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쇄신파의 사퇴 압박에 맞서 ‘시한부 사퇴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쇄신위가 화합의 전당대회를 위한 정치일정을 포함해 쇄신안을 이른 시간 내에 최고위원회의에 넘기면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며 특위에 다시 공을 넘겼다.

쇄신위는 9일부터 활동을 재개하면서 기존에 주 3일 진행하던 회의를 주 5일까지 늘리기로 하는 등 쇄신안 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쇄신위의 활동 재개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어서 6월 말 이후 당내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나 친박계 인사의 조기전대 참여라는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원 위원장은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당 화합을 위해 친박계 인사를 차기 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위원장이 언급한 화합형 대표 추대란 현행처럼 대표와 최고위원을 한꺼번에 선출하는 당헌 당규를 개정해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자는 것이다. 쇄신위의 한 위원은 “박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화해라는 문제는 녹록지 않다. 마음이 무겁다”라고 했다. 쇄신위의 또 다른 위원은 쇄신위의 당초 활동 시점이 6월 말이었던 점을 거론하며 “모든 문제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