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엔 국회 문 열자” 한나라, 야당에 협조 촉구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오늘 민주와 원내대표 회동
당직인선 이번주 마무리… 사무총장 친이 장광근 내정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야당의 ‘거리 정치’가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는 국회 문을 닫아둬선 안 된다”며 8일부터 6월 임시국회를 열 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그는 “새로 바뀐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대통령과 만나는 시간을 갖도록 청와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정국의 중심축을 장외에서 제도권으로 옮기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안 원내대표는 또 1일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와 상견례를 겸한 대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4일에는 한나라당 의원연찬회를 열고 정국 타개를 위한 당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그는 “이제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며 “서민·중산층과 아픔을 함께하고 당을 쇄신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늦춰졌던 당직 및 원내지도부 인선도 이번 주에 마무리해 내부 분위기도 다잡을 계획이다. 이르면 1일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사무총장에는 친이(친이명박)계 3선 의원인 장광근 의원이, 여의도연구소장에는 이재오 전 의원의 핵심 측근인 진수희 의원이 내정됐다. 원내대변인에는 개혁 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의 신성범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수석정조위원장은 친박(친박근혜)계 이혜훈 의원이 유력하지만 본인이 고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 개회와 당 체제 정비 등을 통해 어수선한 정국을 연착륙시키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내보이는 한편 정국 반전을 위해 정공법을 택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주장한 대통령 사과 등 5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모든 것을 국회에서 토론해 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주요 법안에 대해서도 “상임위원회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에 서로 충분히 토론한 뒤 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특히 미디어 관계법은 3당 원내대표가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국민에게 약속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정략적으로 이용되거나 이로 인해 국정 혼란이 가중되면 한나라당도 어쩔 수 없이 적극적인 자기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정의를 위해 희생한 영웅처럼 미화되고 있는데 본말이 뒤집힌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당 지도부 총사퇴 등 강도 높은 쇄신안을 주장하고 있어 당이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질 조짐도 보인다. 원희룡 남경필 권영세 정두언 의원 등은 지난달 29일 여의도 당사에서 박희태 대표를 만나 “민심 수습을 위해 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전당대회를 조기에 열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민본21도 연찬회 전날인 3일 1박 2일 일정으로 자체 워크숍을 연 뒤 쇄신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