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력도발 임박했나… 軍 “NLL-MDL-DMZ 동향 주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워치콘 3→2’ 격상… 역대 5번째-2년 7개월만에 발령
“한-아세안 정상회의 겨냥 육해공 동시도발 가능성 대비”
‘1차례 출동 100만 달러’ 美 U-2 정찰기 하루 2차례 띄워

한미연합사령부가 28일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CON)을 2006년 10월 1차 북핵실험 이후 2년 7개월여 만에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 것은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이 ‘위험 수위’에 바짝 다가섰음을 뜻한다.



▽북 무력도발 임박했나=워치콘 격상은 한미 군 당국 모두 북한의 도발 위협이 심각하다고 판단할 때 이뤄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북의 도발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군 당국은 “현재까지 북의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북의 가능한 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해 감시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도 “북한이 2차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에 이어 서해5도의 함정 및 선박 안전을 위협하는 등 최근 동향을 더 세밀히 감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정보당국이 31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겨냥해 북한이 모종의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첩보를 입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 때 서해 NLL 무력도발로 제2차 연평해전을 일으키면서 한반도 긴장상황을 전 세계에 알린 수법을 이번에도 재탕할 가능성을 군 당국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특히 27일 북한 판문점대표부 성명을 주목하고 있다. 성명에서 서해5도의 함정과 선박의 항해안전을 위협한 만큼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을 빌미로 북 경비정을 NLL 이남으로 침범시켜 우리 해군 함정의 대응을 유도한 뒤 미사일이나 해안포로 기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군 최전방 초소에서 비무장지대(DMZ)를 수색 정찰하는 우리 장병들에게 총격을 가하거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무장병력을 투입하고 도발을 감행해 국지적 교전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회의 기간 육지와 공중, 해상에서 동시다발적인 무력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해 모든 군사 및 정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의 군사적 대응=워치콘 격상에 따라 한미 군 당국의 대북감시 활동이 대폭 증강됐다. 우선 주한미군의 U-2 고공정찰기의 비행 횟수가 하루 한 차례에서 두 차례 이상으로 늘어난다. 각종 다기능 센서와 광학전자레이더를 갖춘 U-2기는 휴전선 30km 이상 상공을 동서로 비행하면서 북쪽 40∼100km 지역을 정밀촬영하고 북한군의 주요통신을 감청할 수 있다. 한 차례 비행에만 100만 달러 이상이 든다. 미군의 KH-12 첩보위성도 한반도 상공으로 이동해 북한군 지휘부와 주요 군사시설 동향을 밀착 감시한다. 이 위성은 수백 km 고도에서 땅 위의 10cm급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특수카메라를 갖추고 있다. 한국군도 금강 백두정찰기와 RF-4C 정찰기를 휴전선 인근에 띄워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영상과 신호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한다. 또 휴전선과 동서해 섬 등에 배치된 장거리레이더와 대북 감청장비를 총가동해 북한군 동향을 정밀 추적하고 있다.
▽워치콘 2단계 격상은 역대 다섯 번째=한미연합사가 워치콘을 2단계로 격상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북한이 △1982년 2월부터 한 달여간 IL-28 폭격기를 휴전선 인근으로 전진배치하고 훈련했을 때와 △1996년 4월 판문점에 무장병력을 투입하는 등 정전협정 체제 무력화를 기도했을 때 △1999년 6월 1차 연평해전 때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워치콘 2단계를 발령했다. 워치콘은 북한의 위협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뉘어 발령된다. 5단계가 가장 낮고 1단계가 가장 높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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