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 찾아와
음식 미리 준비해오고 꽃 보내오기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틀째인 24일 오후 11시까지 17만여 명의 추모객이 찾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조문행렬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고 이들은 저마다의 다양한 방법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 시골 봉하마을에서의 작별인사
조문 행렬에는 휴일을 맞아 어린아이의 고사리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조문객이 많았고 친구들끼리 혹은 젊은 연인끼리 온 경우도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검은 정장을 갖춰 입기보다는 편한 복장으로 마을을 찾았다. 대전에서 온 최지원 씨(32)는 “친구들과 함께 오전에 운동을 한 뒤 갑작스럽게 봉하마을에 가자고 뜻을 모아 급히 출발하게 됐다”며 “노 대통령은 서민적이고 인간적이었기 때문에 문상 복장이 편해도 이해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를 자처한 노 전 대통령 측과 민주당 인사 등은 각각의 조문객들과 함께 밤을 새웠고, 인근 주민들도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추억을 회상하며 밤을 보냈다. 24일 오후 늦게까지도 밤낮을 잊은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노 전 대통령과 조문객들이 색다른 작별인사를 하게 된 것은 전직 대통령의 장례가 국민장 형식으로 치러지는 데다 빈소가 50여 가구만 사는 봉하마을이라는 시골의 공간에 차려졌기 때문. 노 전 대통령의 빈소는 봉하마을의 마을회관 앞 주차장 등 야외 공간에 꾸려졌다. 마을회관 앞에 설치된 천막에는 조문객들이 헌화와 묵념을 할 수 있도록 분향소가 준비됐고 주차장에는 500여 명이 앉을 수 있도록 또 다른 천막이 설치됐다.
봉하마을 작은 시골에서 조문객들은 노 전 대통령의 생가와 며칠 전까지 거주했던 사저를 둘러보고 비극적으로 최후를 맞이한 부엉이 바위를 바라보면서 파란만장했던 노 전 대통령의 생을 되돌아보았다.
○ 작지만 소중한 자원봉사자들
봉하마을 빈소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고 있다. 봉하마을 길목에 위치한 한 가구점의 주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어 추모의 뜻을 나타냈다. 헌화에 쓰이는 일부 국화는 꽃 재배를 하는 사람들이 멀리서 자발적으로 보낸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아온 이도 많았다. 전남 목포시에서 6시간 걸려 봉하마을을 찾은 류경자 씨(46)는 분향소에서 안내를 하고 신발을 정리하는 등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자원봉사를 하는 것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방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문객의 식사를 돕고 있는 진영읍 진례면의 김정선 김해시 적십자회장(65)은 “처음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설마하면서 살아만 계시길 바랐다”며 “김해시 적십자회에서만 100여 명이 나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고 있어 몸은 좀 힘들지만 이렇게라도 노 전 대통령을 기리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례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장례를 치르는 데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김해시, 마을 주민 등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까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엄숙한 장례식이지만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뜻을 생각해 지나치게 무겁지 않게, 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