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손잡고… 평상복 차림으로… 격식 깬 작별인사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덕수궁 앞 추모 행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24일에도 하루 종일 이어졌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늘어선 시민들의 모습. 서영수 기자
덕수궁 앞 추모 행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24일에도 하루 종일 이어졌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늘어선 시민들의 모습. 서영수 기자
“마지막 담배 한 대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찾으셨던 담배, 여기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마지막으로 담배를 찾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조문객 중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 앞에 담배를 올리고 추모했다. 김해=사진공동취재단
“마지막 담배 한 대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찾으셨던 담배, 여기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마지막으로 담배를 찾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조문객 중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 앞에 담배를 올리고 추모했다. 김해=사진공동취재단
■ 시민들 조문 표정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 찾아와

음식 미리 준비해오고 꽃 보내오기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틀째인 24일 오후 11시까지 17만여 명의 추모객이 찾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조문행렬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고 이들은 저마다의 다양한 방법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 시골 봉하마을에서의 작별인사

조문 행렬에는 휴일을 맞아 어린아이의 고사리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조문객이 많았고 친구들끼리 혹은 젊은 연인끼리 온 경우도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검은 정장을 갖춰 입기보다는 편한 복장으로 마을을 찾았다. 대전에서 온 최지원 씨(32)는 “친구들과 함께 오전에 운동을 한 뒤 갑작스럽게 봉하마을에 가자고 뜻을 모아 급히 출발하게 됐다”며 “노 대통령은 서민적이고 인간적이었기 때문에 문상 복장이 편해도 이해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인 23일에는 급하게 빈소를 마련하는 바람에 미처 준비된 음식도 없었지만 일부 추모객은 주변 읍내에서 술과 음식을 미리 준비해 와 지인들과 함께 빈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상주를 자처한 노 전 대통령 측과 민주당 인사 등은 각각의 조문객들과 함께 밤을 새웠고, 인근 주민들도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추억을 회상하며 밤을 보냈다. 24일 오후 늦게까지도 밤낮을 잊은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노 전 대통령과 조문객들이 색다른 작별인사를 하게 된 것은 전직 대통령의 장례가 국민장 형식으로 치러지는 데다 빈소가 50여 가구만 사는 봉하마을이라는 시골의 공간에 차려졌기 때문. 노 전 대통령의 빈소는 봉하마을의 마을회관 앞 주차장 등 야외 공간에 꾸려졌다. 마을회관 앞에 설치된 천막에는 조문객들이 헌화와 묵념을 할 수 있도록 분향소가 준비됐고 주차장에는 500여 명이 앉을 수 있도록 또 다른 천막이 설치됐다.

봉하마을 작은 시골에서 조문객들은 노 전 대통령의 생가와 며칠 전까지 거주했던 사저를 둘러보고 비극적으로 최후를 맞이한 부엉이 바위를 바라보면서 파란만장했던 노 전 대통령의 생을 되돌아보았다.

○ 작지만 소중한 자원봉사자들

봉하마을 빈소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고 있다. 봉하마을 길목에 위치한 한 가구점의 주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어 추모의 뜻을 나타냈다. 헌화에 쓰이는 일부 국화는 꽃 재배를 하는 사람들이 멀리서 자발적으로 보낸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아온 이도 많았다. 전남 목포시에서 6시간 걸려 봉하마을을 찾은 류경자 씨(46)는 분향소에서 안내를 하고 신발을 정리하는 등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자원봉사를 하는 것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방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문객의 식사를 돕고 있는 진영읍 진례면의 김정선 김해시 적십자회장(65)은 “처음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설마하면서 살아만 계시길 바랐다”며 “김해시 적십자회에서만 100여 명이 나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고 있어 몸은 좀 힘들지만 이렇게라도 노 전 대통령을 기리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례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장례를 치르는 데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김해시, 마을 주민 등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까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엄숙한 장례식이지만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뜻을 생각해 지나치게 무겁지 않게, 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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