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파워 더 세져 韓日이 협력해야 동북아 균형 유지”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제럴드 커티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대두가 갈수록 현저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권의 밸런스를 기하기 위해서도 좀 더 서로를 중시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제럴드 커티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대두가 갈수록 현저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권의 밸런스를 기하기 위해서도 좀 더 서로를 중시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국제정치전문가 제럴드 커티스 美컬럼비아대 교수에게 듣는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정권이 집권했고 일본은 정권교체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도 ‘포스트 김정일’ 체제가 거론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한국은 보수정권이 집권한 지 1년이 지났다. 한미일 3국 정치지형의 변화를 국제정치 전문가인 제럴드 커티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일 일본 도쿄(東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오바마 집권으로 일본에서는 동북아정책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

“기본적으로 기존 체제가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는 경제위기로 미국 일극체제가 약화되는 반면 아시아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특히 중국의 대두가 두드러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과 한국은 아시아권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곧 양국에 이익이다. 동북아 미래는 한일 간 협력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한일 간에는 역사문제 등 불씨가 남아 있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면 극복을 통해 상호 이익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전에 일본인의 인식에서 고칠 부분이 있다. 요즘 일본에서는 ‘전후 60년이 지났으니 과거사의 족쇄가 풀릴 때도 됐다’는 생각들이 엿보이지만 나는 적어도 100년은 지나야 피해국의 마음이 풀릴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미국에서도 남북전쟁의 앙금은 140년 뒤, 지난해 사상 첫 흑인대통령의 탄생으로 완전히 풀리지 않았나.”

―북한 변수는….

“오바마 정권으로서도 큰 문제다. 조지 W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초기에는 ‘악의 축’ 운운하며 강경하게 나섰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자 협상 자체가 목적이 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나 일본의 불신도 깊어졌다. 정권이 바뀐 지금 문제는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이를 위한 한미일 간 논의의 틀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오바마 정권의 초대 주일대사로 대통령과 절친한 존 루스 씨가 내정되자 일본 내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읽힌다.

“의외이긴 했다. 다만 내정설이 떠돌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힐러리 클린턴 장관의 사람으로 인식돼 있어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했을 수 있다. 일본으로서는 대통령과 절친한 대사는 득이 되는 면도 적지 않다. 여차하면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수 있다는 얘기 아닌가.”

그는 3월 당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의 검은돈 문제가 터지자 아사히신문에 ‘검찰에도 설명책임이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함으로써 결정적인 시기에 정치의 흐름을 바꾸면서도 아무런 설명이 없는 검찰을 비판해 반향을 불렀다. 반면 그 뒤 오자와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이 대표직에 머무르자 4월 말 민주당이 주최한 전문가 회의에서 “국민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없는 정치인은 총리가 될 수 없다”며 오자와 대표 사퇴를 요구해 화제를 모았다.

―오자와 대표가 물러나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가 선출되면서 정국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총선까지 큰 일이 없는 한 ‘하토야마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과반수까지는 몰라도 제1당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일본 국민이 변화를 원하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이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대실패로 국민의 마음은 변화 쪽으로 옮아갔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권도 이미 유통기한이 지났다.”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이 우세했는데 민주당 내 세력관계에 따라 하토야마가 뽑혔다.

“당장의 국민적 인기는 그렇지만 선거는 두 달 이상 뒤에 있다. 정권교체에는 당내 다양한 집단을 포괄하는 능력 등에서 하토야마 대표가 유리하다. 그의 가장 큰 과제는 ‘오자와의 꼭두각시’라는 항간의 의구심을 불식하는 것인데 이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2007년 당시 오자와 대표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 대연립 구성에 합의했을 때 가장 강하게 반발해 이를 철회시킨 사람이 바로 하토야마 대표였다.”

―정권교체 이후 전망은….

“일본에서 정권교체가 된다 해도 한국처럼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을 잘 보라. 오자와, 하토야마, 오카다 모두 자민당 출신이다. 미일관계나 아시아 전략은 기본적으로 전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커티스 약력

△1940년생

△1969∼90년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 박사, 동 대학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1976년∼ 컬럼비아대 교수

△현재 일본 와세다대 객원교수, 도쿄신문 칼럼니스트

△저서: ‘일본형 정치의 본질’(1988년) ‘정치와 꽁치’(2008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