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혈연 얽힌 한국정치의 비극…”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정계대립-혼란의 불씨 돼선 안돼”

■ 日 언론들 사설 통해 보도

일본 신문 대부분이 24일 사설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다뤘다. 고인을 애도하고 사건이 준 충격에 대해 언급한 뒤 고인이 내건 ‘이상’과 ‘현실’의 괴리 등을 지적했다. 또 역대 정권이 돈 문제로 곤욕을 치른 역사를 거론하며 돈과 거리를 둘 수 없는 한국의 정치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웃나라의 정치의 비극을 생각한다’ 제하의 사설에서 “지연이나 혈연 학연이 말하는 사회, 정치와 돈을 잘라낼 수 없는 사회를 바꾸겠다던 노 전 대통령이었지만 역대 정권처럼 구폐를 완전히 잘라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사설은 또 “한국에서는 이번 수사가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와 향후 정계대립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비극을 그렇게 이끌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가 아직 어려운 상황인데 정치마저 대립을 심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

요미우리신문 사설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은 한국의 ‘정치문화’의 소산”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 사리사욕을 바라는 세력이 지연 혈연을 이용해 대통령 주변에 접근하고 가족이나 측근까지도 돈에 연루되는 추태가 역대 정권에서 반복돼 왔다”며 “이는 청렴을 표방한 좌파정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치신문 사설은 “노 전 대통령 측근이나 지지자들이 ‘정치적 타살’이라고 평하며 이명박 정권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려 한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세계적 동시불황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을 혼란의 계기로 삼지 않았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과의 과도한 융화정책으로 비판받았고 정권말기에는 ‘경제실정’으로 국민의 지지를 잃었으나 정치자금개혁 등 정치정화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다”며 “그의 죽음은 그가 내건 이상과 현실의 딜레마의 깊이를 상징했다”고 진단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