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에 막힌 재정집행…급한 돈 7조원 헛돌아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7분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조기집행을 독려하고 있으나 일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현장’에서 이를 가로막는 ‘전봇대’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달 48개 기관을 대상으로 ‘재정조기집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 자금집행 과정의 문제점을 찾아내 모두 7조1468억 원의 집행 병목 현상을 발견해 시정을 요구했다고 20일 밝혔다. 주요 ‘전봇대’의 사례로는 △관계 기관끼리의 협조 부족 △불합리한 관행 고수 △여유 자금 껴안고 안 풀기 등이 꼽혔다.》

감사원 48개 기관 점검

○ 관련 기관 협조 부진

경기 김포시는 한강 하구의 ‘책선 제거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관할 군부대와 협의가 늦어져 기본설계 용역조차 못했다. 또 서울 성북구 등 서울 시내 15개 구청에서 추진하는 디자인 거리 조성 사업 역시 먼저 해야 할 전선 지중화(地中化) 공사 비용(746억 원)을 누가 부담할지를 둘러싼 서울시와 한국전력공사 간의 견해차로 지연됐다. 결국 감사원이 김포시 관할 군부대에 용역 실시를 위한 자료 제공을 요청하고, 지중화 공사는 서울시가 먼저 비용을 부담하도록 조치한 후에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 불합리한 관행 고수

중소기업청은 장사가 안 돼 폐업하려는 자영업자의 재창업과 업종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1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지원 대상자 신청을 받으면서 신규 창업자 지원 대상과 같은 수준의 신용등급과 영업 경력을 요구했다. 그러나 장사가 안 돼 가게 문을 닫을 처지의 자영업자들이 이 기준을 만족시킬 리 없었다. 결국 지난달 20일까지 겨우 15명만 신청해 집행실적이 0.05%밖에 안됐다. 감사원은 지원 요건을 현실에 맞게 낮추라고 요구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에게 장학금 지원을 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경제난으로 매일 대상자가 늘어나는 다급한 상황인데도 예전처럼 매학기 직전 신청을 받아 지급하는 관행을 유지하다가 제도를 변경하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 돈 껴안고 안 풀기

감사원이 경남도 등 4개 광역지자체의 지역개발기금을 점검한 결과 경남도 567억 원, 충북도 476억 원 등 1163억 원이 조기집행에 쓰이지 않고 보관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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