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교수 5人이 본 ‘정동영 출마’ 상품가치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No “인지도 높지만 부정적 이미지 강한 상품”

Yes “소비자, 선택 안한 것에 미련 가질수도”

“정치판은 철저하게 자본주의 시장논리가 좌우한다.”

정동영(DY) 전 통일부 장관의 4·29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에 찬성하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냉정하게 볼 때 인지도에서 정세균(SK) 대표가 높은가, DY가 높은가. DY라는 인지도 높은 상품이 나와야 민주당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진다.”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주식회사 민주당’에 인지도 낮은 주력 상품(SK)보다는 인지도 높은 옛 상품(DY)을 재출시하는 게 이득이라는 주장이다. DY 지지 그룹에서는 이런 논리로 DY가 다시 시장에 나와도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런 논리에 대해 마케팅을 전공한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마케팅을 전공한 대학 교수 5명에게 마케팅적 관점에서 본 ‘DY’ 상품의 재출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노(No), “2번이나 패배, 삼양라면과는 달라”

고려대 박종원 교수는 DY의 패배 이미지를 들어 부정적 의견을 냈다. 그는 이른바 ‘브랜드 지식 모델’ 이론을 인용해 “옛 모델의 재출시가 성공하려면 첫째 얼마나 쉽게 기억하는지, 둘째 이미지가 얼마나 좋은지에 달려있다”며 “DY의 경우 첫째 조건은 충족하지만 경쟁사에 두 번이나 패한 바 있어 둘째 조건을 충족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간판상품(SK)의 인지도가 낮다고 해서 기능이나 디자인의 리뉴얼(재활성화) 없이 옛 모델을 단기간에 재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고려대 유시진 교수는 옛 상품의 재출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 환경의 변화, 소비자의 수요, 긍정적 기억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양라면’을 예로 들었다. 단종됐던 삼양라면은 2000년대 들어 30년 전 같은 빨간 봉지의 옛 디자인으로 재출시해 인기를 모았다. 유 교수는 “삼양라면의 성공 배경에는 당시 ‘복고’가 유행했고, 경쟁사를 앞섰던 ‘긍정적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것이 없이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S대의 한 교수도 “현재 주력 상품이 인지도가 낮고 기업이 경쟁사에 밀린다고 해서 옛 모델을 재출시하기보다는 마케팅이나 디자인의 혁신을 시도하거나 새 모델을 개발하는 창조적 경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예스(Yes), “아쉬움의 심리, 브랜드 가치는 인지도가 우선”

반면 연세대 이동진 교수는 ‘후회의 심리학’ 이론으로 DY의 상품 가능성을 평가했다. 그는 “소비자는 상품을 구입한 후 자신의 선택에 불안함을 갖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선택하지 않았던 물건을 아쉬워하게 된다”며 “(지금이) 경쟁사 상품을 골랐던 소비자들이 DY라는 상품에 아쉬움을 갖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마케팅 전략은 기업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뀐 상태”라며 “마케팅 이론으로 보면 기업 중심적 ‘전략 공천’보다 소비자(유권자)에게 선택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서용구 교수도 인지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제품 브랜드의 가치는 인지도, 선호도, 충성도 순으로 결정된다”며 “DY가 비록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민주당이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제품 중 인지도가 가장 높고 특정 고객(40, 50대 여성)층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에 플러스 요인이 더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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