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어릴 적 꿈은 시인”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시와 시학’ 기고… “바쁜 만큼 문화에 대한 그리움 깊어”

‘온 세상 다 나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명박 대통령(사진)이 시 전문 계간지 ‘시와 시학’ 봄호(통권 73호)의 특집 ‘세계 지도자들의 사랑’에 기고문을 싣고 함석헌 선생(1901∼1989)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가장 좋아하는 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 시절, 시인과 함께 간 워크숍에서 함 시인의 시를 처음 듣고 “나를 그 밤, 그 자리에 있게 한 이웃들을 생각했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골에서 야간상고라도 갈 수 있게 애써준 선생님, 턱없이 부족한 돈에도 책을 판 청계천 헌책방 아저씨, 환경미화원 자리를 마련해준 이태원 재래시장 상인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물음은 나의 삶 전체를 돌아보게 하는 화두가 되었고, 살아가면서 풀어야 할 과제가 되었다. 내가 다만 한 사람에게라도 ‘그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나는 자신 있게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시인을 꿈꿨다는 이 대통령은 “혹자는 나와 시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바쁜 만큼 문화에 대한 그리움이 깊다”며 “이제는 대통령이 되어 문화행사에 많이 참석하고 또 직접 챙기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러하다”고 썼다.

이 대통령은 “내 인생의 지표가 된 이 시를 매일 아침 새롭게 가슴에 새기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글을 끝맺었다.

이 특집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시에 대한 관심을 조명하고 자작시도 함께 수록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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