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6자회담서 못풀면 北제재로 방향 바꿀것”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 韓-中-日전문가들이 본 오바마 동아시아 정책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바마 행정부는 이념과 정책이 다른 정당 간 권력 교체인 데다 세계적 경제위기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중일 3국의 대표적인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자국과 미국의 우호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

한국“경제-안보 등 동맹 업그레이드 기대”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윤덕민(사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21일 “버락 오바마 미국 새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미 양국은 이제 금융위기, 빈곤, 기후변화 등 공통의 글로벌 어젠다를 논의해야 한다”며 한 차원 높은 한미 간 협력관계 구축 노력을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 한미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미 양국은 경제적 동반자이자 전략적으로 중요한 관계다.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위기로 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했지만 양국 우호관계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 해결 구상은 무엇인가.

“힐러리 클린턴 차기 국무장관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 폐기 이후 북한과 수교할 수 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전반적인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5000여 명에 이르는 차관보 수준까지의 인선이 마무리되고 정책 점검이 완료될 6, 7개월 뒤에나 나올 것 같다.”

―북한이 17일 군 총참모부 성명 등으로 전면적인 공세를 폈는데….

“북한이 미국에 ‘핵보유’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노골적으로 나섰다. 미국과 수교하면 비핵화가 가능하다더니 이젠 핵 군축협상을 꺼냈다. ‘저강도 압박’으로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몰아갈 가능성도 있다.”

―일본통인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기용으로 인해 미국이 일본 중심의 외교를 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 관료들은 국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유리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한미동맹이 50년의 역사를 지녔지만 이렇다 할 ‘코리아 스쿨’이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차세대 인적자원을 발굴하고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중국“커지는 무역 불균형 대화로 해결해야”

추이리루 中현대국제관계연구원장

“중-미 관계는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중국의 대표적 중-미 관계 전문가인 추이리루(崔立如·57·사진)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원장은 미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20일 취임했다. 중-미 관계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인가.

“정권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었지만 중-미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 시절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했지만 주로 이라크전쟁에 관련된 문제였지 대중국 외교는 문제 삼지 않았다. 또 양국은 지난해 무역액이 3337억 달러에 이르고 인적 교류도 261만 명에 이르는 등 성숙 단계다. 오바마 대통령 주변의 중국 전문가들도 중-미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매년 확대 추세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미국의 민주당은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고 있어 중국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2007년 1633억 달러에서 지난해엔 1709억 달러로 늘었다. 지난해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양국 사이에 무역 문제로 다툼은 있겠지만 협상과 타협을 통해 잘 해결될 것이다.”

―최근 6자회담이 삐걱거리고 있다. 어떻게 보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이라는 6자회담의 목표는 회담에 임하는 모든 당사국에 이익이 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이 목표가 달라질 리 없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한반도 비핵화를 천명한 바 있다. 다만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본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일본“아시아 중시 외교로 日역할 커질 것”

구보 후미아키 도쿄대 교수

“오바마 대통령은 미일관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워싱턴에는 강한 대(對)아시아정책을 추진하려면 ‘일본과의 안정적 관계’가 중요하다는 초당파적 합의가 형성돼 있다.” 미국정치 전문가인 구보 후미아키(久保文明·사진) 도쿄대 교수는 오바마 시대의 미일관계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오바마 외교안보팀을 평한다면….

“면면을 보면 매파도 아니지만 비둘기파도 아니다. 중동문제에서는 계속 이스라엘을 지지할 것이고 테러와는 단호하게 싸울 것이다. 다만 네오콘 식 ‘힘의 외교’나 단독행동주의는 배제하고 ‘스마트 파워’ 노선으로 밀고나갈 것이다.”

―대북정책은….

“6자회담 틀이나 북한과의 협상은 유지될 것이다. 다만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북한에 속은 적이 있어 그보다는 강경해질 수 있다. ‘테러지원국가’는 당장은 해제된 채로 두겠지만 북한과의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하드라인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또 정부 내에 북한담당과 아시아담당을 따로 둘 것으로 보인다.”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일본이 중국에 밀려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에서는 미국 민주당이 집권하면 양국 관계가 나빠진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나 워싱턴의 대일정책과 대중정책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일본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측근도 적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일본에서도 정권교체가 거론된다.

“야당은 이라크와 아프간전쟁은 미국이 벌인 전쟁이니 인도양 급유지원조차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동맹국으로서 적절한 인식은 아니다. 그런 자세로 정권을 운영한다면 미일동맹도 약화시킬 수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취임식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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