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반발 뻔한데… 金의장의 선택 배경은

  • 입력 2009년 1월 5일 02시 57분


고민의 산물? 장고끝 惡手?

“내달에도 野서 논의 거부땐 직권상정”

김형오(사진) 국회의장이 4일 여야에 다시 대화를 촉구하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법안의 직권상정도, 임시국회 재소집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끝까지 파국으로 몰고 가지 않겠다는 고민의 산물로 보인다. 김 의장의 결정은 사실상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 불가를 외쳐 온 야당의 손을 들어준 것에 가깝다. 여야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법안을 합의해 오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2월 임시국회로 넘기겠다는 것으로 야당 측의 주장과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이 한나라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 불 보듯 뻔한 데도 김 의장이 이런 선택을 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김 의장으로선 본회의장을 점거 농성 중인 민주당 의원들을 물리적으로 끌어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주변을 정리하는 작업조차 힘겨운 마당에 본회의장 정리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큰 충돌로 불상사를 낳기보다는 우선 야당 측과의 타협을 통해 국회 불법 점거사태를 끝낸 뒤 여야가 다시 마주앉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8일로 임시국회가 끝난 뒤 국회를 재소집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이 때문에 김 의장 측은 3일부터 본회의장 앞 점거 해산을 시도한 것도 국회 질서유지 차원이지, 직권상정에 대비한 조치가 아니라고 극구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김 의장은 상정조차 되지 않은 법안들을 직권상정 처리하는 데 대해 “절차상 옳지 않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에서도 야당이 쟁점 법안의 상정과 논의를 계속 거부한다면 그때는 직권상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의장 측은 오히려 이날 결정이 장기적으로 한나라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어차피 직권상정에 따른 강행 처리는 그 후유증이 오래가고 특히 여당에는 큰 정치적 오점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한 달만 더 기다리면 설사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여야의 물리적 충돌 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 동아닷컴 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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