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권수립 60주년 ‘이상한 하루’

  • 입력 2008년 9월 10일 03시 02분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 60주년을 기념해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노농적위대 열병식을 거행했다. 이 행사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타나지 않아 건강이상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평양=로이터 연합뉴스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 60주년을 기념해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노농적위대 열병식을 거행했다. 이 행사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타나지 않아 건강이상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평양=로이터 연합뉴스
군병력 행사장 이동했다 되돌아가

金위원장 전날 중앙보고대회도 불참

수차례 건강이상설 불구 건재… 신빙성 속단 어려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 60주년인 9일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거취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장기간 공식행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9·9절이 가지는 상징성, 잦아지는 건강이상설과 최근 그의 행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상한’ 건국 60주년 기념일=이날 한국과 국제사회의 관심은 평양 한복판의 김일성 광장에 집중됐다. 지난달 15일 이후 한 번도 공개석상에 나타난 적이 없는 김 위원장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당국이 ‘이상 조짐’을 파악한 것은 이날 오전이다. 행사장인 김일성 광장에 있어야 할 일단의 군대가 평양 미림비행장에 그대로 대기하고 있었던 것. 이들은 오후가 되어서야 광장으로 이동했지만 오후 5시경 다시 되돌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부터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물론 군대 열병식조차 열리지 않았다”는 비상 신호가 나오기 시작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오후 9시 방송을 통해 비정규군인 노농적위대의 열병 사실을 보도했지만 역시 김 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징후는 전날에도 감지됐다. 북한은 1998년 정권 수립 50주년과 2003년 55주년 당시에는 중앙보고대회 없이 열병식만 개최했고 김 위원장은 이 행사에 모두 참석했다. 그러나 이번엔 9·9절 전날인 8일 중앙보고대회를 열었다. 이 행사에도 김 위원장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힘 실리는 건강이상설=김 위원장은 올해 6월 11회, 7월 16회, 8월 13회 등 활발한 공개 활동을 했다. 그러다 지난달 14일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이후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 이후 3주일이 넘도록 정보당국도 그의 대외 활동 흔적을 포착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2003년 미국과 이라크 전쟁 당시 사상 최장인 49일 동안 잠적한 적이 있다. 2006년 10월 9일 핵 실험 이전에도 약 3주 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한국 정부 등이 극도로 긴장하는 이유는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입수한 정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보당국은 지난달 중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의료진 3명이 무비자로 방북했으며 지난달 17일에는 프랑스 뇌 신경외과 전문의가 방북해 9일까지 각각 귀국하지 않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진료를 요하는 북한 고위 인사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씨라는 얘기가 있지만 김 위원장의 최근 대외 활동을 볼 때 김 위원장이 진료 대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66세의 고령에 심장병 등 지병이 있는 데다 최근 무리한 공개 활동을 했고 특히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유보한 데 대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그동안 여러 차례의 건강이상설에도 불구하고 건재해온 것에 비춰 볼 때 이번 이상설이 과연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가 미국과의 핵 검증 협상을 앞두고 국제 여론의 관심을 끌고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깜짝쇼’를 하고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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